국민연금 '대마초 흡입' 공개사과…그 이후가 중요하다

입력 2020-09-21 10:14   수정 2020-09-21 10:55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20일 기금운용직 직원들의 대마초 흡입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국민연금은 "자산운용에서 연금제도 운영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짚어보고 문제점을 찾아낸 뒤 근본적인 쇄신대책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8일 단독보도를 통해 기금운용본부 운용직 4명이 대마초 흡입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민 노후자산 750조원을 책임지는 기금운용본부 내에서 일어난 사례여서 개인들의 단순한 일탈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은 조직 및 인사, 업무처리, 운영시스템, 조직문화 등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부 개혁은 본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운용인력의 경쟁력 제고 △기금운용 독립성 확보 △기금운용체계 개선 등을 국민연금 과제로 주문해왔다.

기금운용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뛰어난 운용인력을 끌어올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2017년 기금운용본부의 지방 이후 인력 유출이 지속되고 있고 있다. 2017년 20명, 2018년 34명, 작년에는 20명의 운용직이 퇴사했다. 지원자 줄어든 상태에서 정원을 겨우 겨우 채우는 과정은 이번 사태를 예고했다는 내부 의견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국민연금 운용직은 업계 최고의 경력이었지만 지금은 인재들이 기피하는 직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기금운용본부가 전주에 가 있는 것이 근본적 문제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독립성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기금운용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전체 위원 20명 가운데 8명이 관계부처 장·차관 등 정부측 인사다. 지역 가입자를 대표하는 6명도 친정부 시민단체가 주류라 정부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국민연금을 동원해 기업들을 압박하고, 기금을 정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금운용위원회는 세계 최고 기금운용 전문가들로 구성돼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금운용체계의 개선 방향도 명확히 해야 한다. 기금운용본부의 별도 공사화, 자산운용 자회사 설립, 기금운용본부 강화 등 여러가지 방안이 논의됐지만 정부, 야당, 부처별 입장이 대립하면서 혼란만 가중됐다. 지난 2월 기금운용위원회에 상근위원 3명을 임명하는 '상근 전문위원 체제'를 구축했지만 땜빵식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오는 2056년에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대 사이에서는 연금을 납부하고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하다. 국민들은 국민연금이 어떠한 정치적 개입이나 입김 없이 오로지 경쟁력 확보와 수익률 제고에 힘쓰길 바라고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내부 시스템 점검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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