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의 캐피털마켓 워치] IPO ‘대어’의 흥행 조건

입력 2020-09-22 16:05   수정 2020-09-22 16:11

≪이 기사는 09월21일(06:39)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금액 수천억원대 ‘대어(大漁)’의 대박 행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에 이어 이달 카카오게임즈 공모주가 상장 첫날 가장 높은 160% 수익을 달성했고, 다음 달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가 바통을 넘겨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옵니다.

이런 현상은 ‘SK바이오팜 대박’ 사례를 경험하지 못했던 미국에서도 나타나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요. 클라우드업체 스노우플레이크의 경우 지난 16일 뉴욕증시 상장과 동시에 공모가 대비 112% 급등하면서 공모주 고평가 논란에 불을 붙였습니다. 기업가치가 약 80조원으로 불과 7개월 전 평가 당시와 비교해 다섯 배나 뛰었거든요.

공모주의 가장 큰 매력은 대량의 주식을 주관사가 매긴 평가가치 대비 5~30% 정도 할인해 판매한다는 점인데요. 최근 과열 현상은 이 단기차익을 취하려는 투자 자금의 급증에서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 많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주요국 금리를 크게 끌어내리면서 세계적으로 동원 가능한 현금, 즉 유동성이 풍부해졌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풍부한 총알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공모주라면 무차별하게 몰리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청약 경쟁률 수백 대 1의 ‘평범한’ 종목이 종종 나오고, 상장 첫날 공모가액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종목도 보이는 것을 보면 말이죠. 할인율을 적용한 가격이라 할지라도 어떤 공모주는 청약자들의 매물을 받아줄 만큼 충분한 매수 수요가 붙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일부 전문가들은 대어의 흥행 조건을 갈수록 심해지는 ‘성장주 갈증’과 연결시켜 해석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성장주 가뭄이 심해지면서 소수의 잠재력을 지닌 기업에 비이성적인(?) 희소가치가 더해지고 있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공모주가 흥행하려면 폭발적인 성장 잠재력을 지닌 영역에서 앞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어야 한다는 얘긴데요. 그렇다면 가격에 크게 개의치 않고 보유하려는 ‘묻지마’ 수요가 강하게 붙더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스노우플레이크의 대박을 이해하기엔 꽤 적절한 설명 같습니다. ‘당장의 이익은 초라하더라도 사두면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투자자들이 곳곳에 많이 보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해석은 빅히트에 적용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매력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꿈을 먹고 사는’ 주식 투자자를 자극할 수 있는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이기 때문입니다. PwC 전망에 따르면 글로벌 음악시장(공연 포함)의 성장률은 2018년부터 2023년까지 연 평균 3.9% 수준입니다.

빅히트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방탄소년단(BTS)이 이미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라는 점도 앞서 말한 대박의 조건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BTS가 지금은 미약하지만, 언젠가 몇 배 이상 매출을 벌어다줄 것’이란 기대를 갖기가 그만큼 힘드니까요.

오는 24~25일 진행하는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만약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처럼 상장 첫날 공모가 대비 160% 오르는 흥행을 잇는다면, 기업공개(IPO) 시장의 이상과열을 해석할 새 논리가 필요해질 것 같습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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