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흔드는 트럼프의 '대선 불복' 시사

입력 2020-09-25 17:27   수정 2020-09-26 01:22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11월 3일)가 사상 최악의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례 없는 우편투표 확대로 대선 당일 승자를 가리기 힘든 ‘깜깜이 개표’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불복’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대선에서 패할 경우 승복하겠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확답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우편투표를 “민주당이 저지르는 사기”라고 비난하고, 선거에서 패하면 연방 대법원까지 문제를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장 친정인 공화당마저 화들짝 놀라 진화에 나섰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는 24일 트윗을 통해 “11월 3일 대선 승자가 내년 1월 20일 취임할 것”이라며 “1792년 이후 4년마다 그랬던 것처럼 질서 있는 이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공화당이 선거에서 패하면 결과에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이날 민주당의 조 맨친 의원이 발의한 ‘평화로운 권력 이양 지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맨친 의원은 “우리가 국가와 헌법, 우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해야 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성토했다. 상원은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화당 의원 누구도 결의안에 반대하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복 관련 질문을 받자 “그런 질문까지 해야만 하다니 정말 슬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은 북한, 터키, 러시아에 있지 않고 미국에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딱 부러지게 ‘대선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역대 미국 대선에선 아무리 치열한 경쟁을 했더라도 패자는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 200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였던 앨 고어가 대표적이다. 그는 플로리다주에서 537표 차로 패해 백악관을 내줬다. 당시 고어 측은 재검표를 요구했다. 하지만 보수 우위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선거를 도둑맞았다”는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나라가 쪼개질 듯 분열됐다. 그때 미국을 다시 뭉치게 만든 건 고어의 승복이었다. 그게 미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힘이었다. 그랬던 미국의 민주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 입에서 ‘대선 불복’을 시사하는 말이 나올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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