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아연에게 목소리는 곧 자존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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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09-28 14:41   수정 2020-09-29 11:11

[인터뷰] 백아연에게 목소리는 곧 자존감이다


[박찬 기자] 에디터로서 누군가의 숨겨진 매력을 찾아주는 건 참 반가운 일이다. 싱어송라이터 백아연과의 촬영이 유독 그랬다. 처음 화보 기획을 맡았을 때 단순히 떠올렸던 그의 이미지는 ‘청순함’과 ‘깨끗함’에 가까웠지만 이번 촬영에서는 조금 더 특별한 분위기와 움직임을 담아보기로 했다.

그에 대한 백아연의 응답은 놀랄 만큼이나 다채로웠다. 한낮의 침대 위에서도 자유롭게 거닐었으며, 모노톤 배경을 등지고 정교하고도 명확한 실루엣을 그려나갔다. 단순히 콘셉트 시안을 흉내 내는데 급급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어떤 포인트를 활용해야 할지 알고 있는 듯 보였다.

2011년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 스타’를 시작으로 8년 동안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쏘쏘’ 등 빛나는 발자취를 보여줬던 그. 8년이란 시간은 대중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기회였지만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되묻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새 둥지를 찾고 ‘썸 타긴 뭘 타’로 산뜻한 출발을 시작하기까지 기다림은 굵고 명료했다. 이제는 또 다른 자신을 마주 하고 싶다는 백아연, 작고 차분한 목소리지만 그 안의 울림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Q. 백아연과 어울릴만한 콘셉트가 너무 많아서 한동안 고민했다. 오늘 화보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친 소감

“얼마전 윤하 언니의 bnt화보를 접하고 ‘꼭 한번 찍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회가 우연히 닿아서 좋았다. 촬영 콘셉트도 이전까지 해보지 못했던 느낌이라 더욱더 새로웠던 것 같다”

Q. 윤하의 인스타그램 포스트에 직접 댓글까지 달았더라

“맞다(웃음). 너무 예쁘게 나와서 직접 달았다”

Q. 평소에는 어떤 느낌의 콘셉트 촬영을 많이 했는지

“청순하고 밝은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옷도 파스텔 톤 의상을 많이 입었는데 오늘은 다소 성숙해진 느낌이다(웃음)”

Q.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데뷔 8주년 기념사진을 봤다. ‘K팝 스타’에서 봤던 게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사실 재작년까지는 ‘K팝 스타’에 대한 기억이 어느 정도 남아 있었다. 얼마나 긴장됐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 이런 기억들. 근데 지금은 그때 영상을 봐야 기억이 난다. 정말 중요한 순간 빼고는 점점 잊혀 가더라. 그럴 때 시간이 많이 지났다는 게 실감 난다”

Q. 그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싱어송라이터’로서 확실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거다. 냉혹한 가요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단 가수는 팬들과 만날 기회가 배우보다는 조금 더 많지 않나. 하지만 죄송하게도 그 부분을 채워주지 못할 때가 많다. 팬들 입장에서는 분명 서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정말 오랜 시간 묵묵히 기다려준다. 그게 내가 더욱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 아닐까. 이번에도 오랜만에 앨범을 내서 걱정이 많았는데 팬들 덕분에 결실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인 특성으로는 목소리가 한결같아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청아하고 맑은 느낌이 매력이라더라”

Q. 여러 번 들었겠지만 목소리가 매우 아름답다. 목소리의 느낌, 가수로서 자존감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하다

“당연히 끼친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크게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MBC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 출연했을 때 한 번에 알아봐 주시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사실 오디션에 지원할 당시에는 내 목소리가 그저 평범하고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 부분을 매력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생겨서 놀랐다”

Q. 2019년 ‘미스터리 음악쇼 복면가왕’에서는 참가 소감으로 ‘이제야 나를 찾아가는 느낌’이라고 답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부분이 달라졌을까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 내가 원래 감정 표현을 정말 안 하는 스타일이다. 근데 요즘에는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표현하고 있다. 혼자 참는다고 상대방이 알 리 없고, 나 또한 감정에 뒤섞여서 힘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Q. 백아연에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다

“애교부리는 것(웃음)? V 라이브를 나가거나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면 아주 가끔 그런 상황에 직면할 때가 있다. 평소에는 그런 애교 섞인 말을 절대 안 하는 편이라 소화하기 정말 힘들다(웃음)”

Q. 소속사를 옮기고 1년 6개월 만에 보여줬던 ‘썸 타긴 뭘 타’. 개인적으로 곡 분위기가 이전 곡들보다 훨씬 안정적이더라. 한편으로는 앨범을 위해 얼마나 신경을 쏟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둥지를 옮긴 후 첫 번째 앨범이었기 때문에 그 어떤 앨범보다도 중요했다. 데뷔 앨범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웃음). 그동안 의상과 메이크업이 러블리하거나 청순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지금 내 나이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곡의 무드도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획했다. 이전처럼 사랑에 실패한 감정이 아닌, 조금 더 씩씩한 그런 음악”

Q. 전 소속사 JYP의 박진영도 ‘제목이 재밌다’라며 좋아해 줬다고. 소속사를 이전한 이후에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는지

“직접 뵐 때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다. 워낙 바쁘신 분이라서(웃음). PD님이 책 출간하셨을 때도 따로 얘기 나눴었고”

Q. 원래 JYP에서는 다들 박진영을 ‘PD’로 호칭하나

“거의 그렇다. 여자 아티스트들은 PD님이라고 부르고, 남자 아티스트들은 ‘형’이라고 부른다(웃음). 나이 차가 좀 나니까 ‘오빠’는 좀 아닌 것 같다”

Q. 이하이와 제이미는 함께 무대에도 나섰던만큼 애틋한 감정이 깊을 것 같다. 각자 다른 색깔의 길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서 신기함을 느끼지는 않나

“지민이가 인제야 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는 것 같아서 보기 좋다. 속 시원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모습에 진심으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이다”

“하이는 사실 발라드를 그렇게 자주 하는 편이 아니었고 힙합 쪽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장르 상관없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니 더 새롭더라. 그럴 때 보면 애들이 나보다 어린 데 도 정말 멋있게 느껴질 때가 있다”

Q. 그 두 사람에 비해 본인이 걷는 길은 어떤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그 두 친구보다 ‘힙’한 느낌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웃음). 그 대신에 대중들에게 조금 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Q. 이전만큼 가깝게 지내는지도 궁금했다. 아무래도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있으니까

“약속은 자주 잡는다. 오늘도 우리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 아침부터 대화했다. 프로그램에 같이 출연했던 이정미라는 친구를 포함해 총 4명 모두 아직 돈독하다”

Q. 채팅할 때 이하이와 제이미는 어떤 스타일인가. 되게 무심할 것 같은데

“일단 나보다는 다들 말이 많다(웃음). 오히려 그 친구들이 의견을 많이 제시하는 편이다”

Q. 본인은 평소에도 이렇게 차분한 편인지

“그런 것 같다. 유튜브 채널도 정말 조용조용한 프로그램 위주로 즐겨본다. 내 음악이랑 비슷한 느낌으로”

Q. 백아연을 스타에 오르게 한 ‘K팝 스타’. 어떠한 무대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 모습을 보여줬다. 어렸을 때부터 노래 대회에 나갔던 경험이 큰 도움으로 남았던 건가

“물론이다. 노래 부를 때 한 곳으로 시선 처리해야 한다는 걸 익숙하게 느껴왔다. 나는 그 시선을 심사의원 분들의 눈으로 맞추다 보니 강심장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오히려 자신감이 떨어져 노래 발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Q. 심사평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박진영 PD님께 얼굴 찡그려서 발성이 잘못됐다고 들었던 순간(웃음). 어느 순간부터 노래 부를 때 입도 크게 안 벌리고 인상도 찌푸리지 않는다고 지민이가 말해주더라. 나도 모르게 그때 심사평이 기억에 남다 보니 습관으로 잡힌 것 같다”

Q. 그간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생기고 지워져 갔다.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로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고 인상 깊었는지 고백하자면

“생각보다 참가자 스스로 준비해야 할 사항이 정말 많다. 곡만 고르면 그 사람에 맞게 편곡을 잘해주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느 정도 틀은 만들어야했다. 물론 무대 위의 제스처나 다른 퍼포먼스적인 부분도 본인의 몫이었다. 생방송은 실수가 그대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갖추어야 했고, 매주 시청자들께 선보일 노래를 고르고 무대에서 공연하자마자 당장 이후의 연습에 들어가야 한다는 점도 쉽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가 있다면 예상보다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정말 힘들었다(웃음)”

“우리 때는 ‘캐스팅 오디션’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한 회사에 캐스팅돼 트레이닝해주는 시스템. 그때마다 각 회사의 특색이 나타나는 것 같아 재밌었고, 그 덕분에 음악적인 스킬을 효과적으로 터득해갈 수 있었다. 박진영 PD님께 말하듯이 노래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고, 보아 선배님께는 가성을 이쁘게 내는 법과 감정 표현을 극적으로 내는 방법에 대해서 면밀히 배울 수 있었다”

Q. ‘K팝 스타’에 나가기 전 JYP 오디션을 두 번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그토록 원하던 대형 기획사에 들어갔으니 기쁜 마음이 컸겠다

“나를 캐스팅할 때 아무래도 박진영 PD님 의견이 가장 컸을 거다. 1등이 아니라서 캐스팅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먼저 캐스팅 제의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탈락하면 더는 가수를 꿈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K팝 스타’를 통해 내 목소리의 매력을 제대로 알게 됐고,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Q. 이런 ‘K팝 스타’에 관한 질문이 이제는 조금 진부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는 않다. 이제 와서 다시 풀어보니 또 느낌이 달라서 흥미롭다(웃음)”

Q. 이후에는 미니 1집 ‘I'm Baek’으로 솔로 가수 데뷔를 했다. 이때부터는 ‘정말로 데뷔했구나’라는 실감이 났을 듯한데 당시 기분은

“처음 들어보는 곡을 녹음하는 것 자체가 실감이 안 났다. 정말 떨리더라. 그만큼 연습한 시간도 길었고, 열심히 임했다. 앨범 이미지를 촬영하고, 헤어 메이크업 샵을 가는 일정이 주어지지 않나.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았고 새로웠다”

Q. 직접 작곡 작사에 참여한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초반에 그저 그런 음원 성적이었지만 이후 역주행을 시작해 2015년 스트리밍 사이트 연간 차트 4위에 올랐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당황하지는 않았나

“당연히 엄청 당황했다. 같이 작업한 심은지 작곡가와 새벽 내내 연락하고 음원 차트를 들여다볼 정도로 잠이 오지 않았다. ‘이럴거면 그러지말지’가 2년의 공백기를 깨고 발표한 음원이었기 때문에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다. 처음으로 곡 작업에 참여하는 음원이었다는 점은 새로웠지만 이런 순간이 찾아올지는 생각지도 못했고, 되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한 적도 있었다(웃음). ‘내가 잠결에 봐서 잘못 본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고”

Q. 갑자기 찾아 듣는 사람이 많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된 건가

“음원 차트를 캡처해서 보내주신 분들이 많았다. 그리고 나는 자기애가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지만 가끔 내 이름을 검색해보는 습관이 있다. 그때마다 트위터에 내 순위에 관한 멘션이 많은 걸 보고 확실히 알게 됐다(웃음)”

Q. 그 곡을 듣다 보면 백아연만이 표현할 수 있는 순수함이 느껴진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가장 ‘백아연’스러운 곡이 있는지

“나도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라고 생각한다. 내 경험담을 토대로 만든 곡이기도 하고, 가성과 진성을 섞은 모습에 백아연만의 특성을 느낀 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가장 나 다운 곡이라고 느낀다”

Q. ‘달콤한 빈말(Feat. 바버렛츠)’, ‘사랑인 듯 아닌 듯’ 등 공감대 있는 사랑 이야기를 다뤄왔다. 새롭게 담아보고 싶은 키워드가 있다면

“이별한 것에 대해서 너무 슬퍼하지 않는, 상대방 앞에서 당당한 분위기의 곡을 한번 보여드리고 싶다. 오늘 마지막에 촬영했던 시크한 콘셉트처럼 무심한듯한 느낌. 그런 콘셉트를 너무 해보고 싶은데 워낙 사랑스러운 느낌만 많이 연출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고팠던 것 같다”


Q. 오늘 촬영 콘셉트에 관한 시안도 미리 찾아봤나

“맞다. 받자마자 확인해봤는데 콘셉트 자체가 너무 좋아서 기대됐다(웃음)”

Q. 떠나간 인연에 대해 체념하는 ‘끝모습’에서 한층 더 성숙함을 느꼈는데 이 곡이랑은 조금 다른 분위기를 원하는 건가

“체념하는 것보다 이별에 너무 슬퍼하지 않는 사랑을 그려보고 싶다. 이제는 사랑도, 이별도 많이 해봐서 덤덤한 그런 모습”

Q. 데뷔 8주년, 자존감이 바닥 쳤을 때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는지

“한 번씩 ‘꺼이꺼이’ 소리가 들릴 만큼 시원하게 운다. 그다음 일기 쓰듯이 내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나고 예민한지 자문자답하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한다. 훨씬 나아지고 차분해지더라”

Q. 많은 사람들이 백아연의 음악을 듣고 힘을 얻으며 위로를 받는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음악이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 느껴본 순간이 있는지

“아직도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를 듣고 위로가 많이 됐다는 말을 자주 전해 듣는다. 사실 곡 자체가 위로해주는 느낌은 아니지만 내게는 정말 감사한 일이다. 그 곡에 공감을 하고 들어봐 주셨다는 거니까. 한편으로는 위로받으시는 분들이 안쓰럽다는 기분도 든다”

Q.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음악을 듣고 위로받는 편인가

“자존감이 바닥 치는 날, 유난히 속상한 날에 쓸쓸한 곡을 들으면 그 곡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 같아서 오히려 위로되더라. 그래서 ‘이럴거면 그러지말지’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이제야 깨달았다(웃음)”

Q. 그렇다면 본인은 어떤 음악을 듣고 위로받는 편인가

“태연 선배님의 ‘Lonely Night’. 이 노래를 비 오는 날이면 꼭 듣는다”

Q. 태연은 가요계 선배이기도 하지만 동종업계에 있는 동료이기도 하지 않나. 닮고 싶거나 부러운 부분이 있다면

“내가 따뜻하거나 슬픈 노래에만 강점이 있는 것에 비해 태연 선배님은 시원하고 빠른 곡도 잘 소화해낸다. 템포나 분위기 상관없이 곡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느낌이다. 그게 정규 앨범 컴백할 때마다 수록곡 모두 사랑받는 이유인 듯하다”

Q. 어린 시절 악성 림프종과 성대 결절을 어렵게 이겨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소리를 내는 음악’에 대해 간절함이 남아있었나

“그런 것 같다. 동요 대회에 나가기 전 아프고 힘들었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정서적으로 많이 밝아졌다. 그 부분에서 내게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가수가 안 됐다면 실용음악과 교수가 되고 싶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끈을 놓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사실 한 게 이것밖에 없기도 하고, 지금까지 부모님이 응원해주신 만큼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

Q. 쌓여가는 필모그래피처럼 음악에 대한 익숙함이나 자신감도 단단해지고 있는지

“사실 데뷔 초에는 강심장이었지만 ‘이럴거면 그러지말지’, ‘쏘쏘’를 지나고 나서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노래하는 게 조금씩 무서워지더라. 그래서 라디오 방송에 나가면 라이브 요청에도 ‘안 부르고 싶다’라고 답한 적도 있다. 지금은 둥지를 옮겨서 그런 걸 수도 있는데 눈치를 안 보고 자유롭게 표현하며 산다. 노래할 때 남 눈치를 보면 하던 것도 잘 안된다는 걸 느꼈다. 지금은 그렇게 안 하고자 노력하며, 계속 단단해지는 중이다”

Q. 왜 그런 슬럼프에 빠졌을까

“글쎄. 너무 노래를 예쁘게만 불러와서라고 해야 할까. ‘이게 정말 내게 맞는 옷일까’, ‘내가 목소리를 예쁜 척하면서 부르는 걸까’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물론 ‘이럴거면 그러지말지’와 ‘쏘쏘’를 많은 분이 사랑해주시긴 했지만 내가 정말 원했던 모습이 이게 맞나 판단이 잘 안 섰다”

Q. 데뷔 전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생각보다 괜찮으니까 오디션을 꼭 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때는 사실 대학교 입시도 합격했으니 더는 보고 싶지 않았다. 중학교 때부터 다양한 소속사의 오디션을 봐왔고 Mnet ‘슈퍼스타K’, MBC ‘스타 오디션 위대한 탄생’에도 나갔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때 나는 나에 대해 ‘그냥 노래만 잘하지 가수로서 매력은 없는 사람인가 보다’라고 생각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대학교를 입학하고 평범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지원해봐라’라고 조언을 해주신 거다”

Q. 쉬는 날에는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편인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너무 심해져서 연습실에도 자주 안 나갔지만 이제 조금씩 나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집에 있을 때는 핸드폰 하거나 ‘동물의 숲’ 게임을 하면서 침대에서 잘 안 떨어진다(웃음). ‘동물의 숲’은 매일매일 해야 하는 퀘스트가 있지 않나. ‘화석 캐기’라든지 ‘잡초 캐기’라든지(웃음)”

Q. 성격만큼이나 취미도 정말 차분하고 정적인 느낌이다. 바이닐 수집 같은 건 안 하나

“하고 싶다. 정말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거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팝송도 워낙 안 듣고 자라서 정말 유명한 곡 아니면 잘 모른다”

Q. 그러면 ‘K팝 스타’ 출연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겠다

“정말 힘들었다. 사실 팝송 부르는 게 너무 싫었다. 내가 한국 노래를 불러서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면 팝송을 부를 일이 많아서 더욱더 힘들지 않았을까(웃음)”

Q.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함께 있을 때 아무 말을 하지 않아도 공기가 편한 사람,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좋아한다. 예전에는 상대방에 맞춰서 내 모습이 변하곤 했는데 그게 정말 힘들더라. 내가 감정 기복이 심한 만큼 그런 부분을 잘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

Q. 코로나바이러스 인해 막힌 답답함, 먼 훗날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가 있다면

“동생이랑 1주일 동안 영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정말 좋았다. 비행기를 다시 타게 된다면 정말 멀리, 긴 시간 동안 다녀와 보고 싶다”

Q. 줄곧 지켜봐 온 팬들을 위한 한마디

“항상 1년, 1년 반이라는 주기로 컴백하는데 정규 앨범으로 나와주지 못해서 미안한 기분이 크다. 솔로 아티스트지만 다른 분들에 비해 얼굴을 비추는 모습이 적은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좀 잠잠해진다면 공연도 많이 하고 팬 미팅을 자주 기획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웃음)”

Q. 어느새 올해도 3개월만 남았다. 남은 3개월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상반기 때는 앨범 준비로 시간을 보냈다면 남은 3개월 동안에는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자기 관리에 조금 더 매진해보고 싶다. 그러고 나서 2021년에는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백아연이 되고자 한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홍도연
의상: 메종키츠네 바이 비이커, 커렌트, 비이커, 메트로시티, 산드로, COS, 모더레이트
슈즈: 솔트앤초콜릿, CONOCIDOJEEN
주얼리: 바이가미
백: 엘레강스 파리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주다흰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이스트점 장점금 실장
장소: 빌라드파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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