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 영상, 웹툰 등 구글 앱 장터에서 유통되는 디지털 콘텐츠 가격이 내년부터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구글이 자사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판매되는 모든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강제하면서다. 정부가 관련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나섰지만 국내 법 적용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퍼니마 코치카 구글플레이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은 이날 국내 언론사를 대상으로 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동안 구글플레이의 결제와 보안 시스템 덕분에 한국의 많은 앱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며 “늘어난 수수료는 글로벌 디지털 앱 생태계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이 국내에서 유통하는 앱의 99%는 이번 결정과 관계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디지털 콘텐츠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상품을 판매하는 앱은 구글의 결제 방식을 따를 필요가 없다. 게임 개발사는 이미 구글 결제 시스템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게임 외 음원, 동영상,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 관련 앱 개발사들은 수수료 30%를 피하기 위해 대부분 외부 결제 방식을 적용해왔다. 앞으로는 이런 앱 개발사들도 구글에 수수료 30%를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관련 콘텐츠의 판매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수료가 증가한 만큼 콘텐츠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현재 동일한 디지털 상품이라도 애플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는 가격이 구글플레이보다 비싸다. 애플은 이전부터 모든 디지털 콘텐츠에 수수료 30%를 부과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음원 서비스인 멜론의 이용료(무제한 듣기 기준)는 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하면 1만1400원이지만 애플 앱스토어에선 1만5000원이다. 네이버웹툰의 콘텐츠 비용도 구글플레이에서는 쿠키(가상화폐) 한 개당 100원인 반면 앱스토어에서는 120원이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페이지, 웨이브, 유튜브 프리미엄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 가격도 애플이 더 비싸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의 결제 방식이 적용되면 적어도 앱스토어 판매 가격만큼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카카오 등이 회원사인 인터넷기업협회와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지난달 “강제적인 구글 인앱 결제의 위법 여부를 검토해 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방통위는 이날 구글의 결제 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의 금지행위에 해당하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앱 사업자와 이용자를 대상으로 구글의 이번 조치에 따른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도 벌일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국내 콘텐츠 업체를 대상으로 관련 실태 조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로 구글을 제재하는 것도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로펌의 IT 전문 변호사는 “국내 앱 장터에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 사업자인지 증명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애플과 달리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선 앱 개발사가 구글플레이 외에도 다른 앱 장터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치카 총괄이 이날 “한국에서 제작하는 디바이스(스마트폰)의 85%는 두 개 이상 앱 장터를 탑재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도 공정거래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이날 한국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를 지원하겠다며 1억달러(약 1169억원) 규모의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국내 웹툰, 웹소설, 음원 등 디지털 콘텐츠 앱 개발사의 마케팅 등을 도울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결제 방식 변경에 따른 비난을 피하기 위한 ‘업계 달래기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주완/구민기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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