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 공무원의 자발적 월북?…해경청의 '빈약한' 근거

입력 2020-10-02 08:00   수정 2020-10-02 11:05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9일, 해양경찰은 앞서 지난달 21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실종자 A씨는 단순 실족이나 극단적 선택 기도 가능성보다 자발적인 월북이라는 게 해경 측의 설명이다.

이날 해경은 자체 조사로 찾아낸 새로운 월북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 국방부나 정부의 주장만 인용해 월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나마 A씨 채무가 3억원이 넘고 인터넷 도박빚도 2억6800만원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공개했지만, 월북과의 연관성은 밝히지 않고 '채무 때문에 월북했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얼버무렸다.

해경은 A씨의 월북 판단 근거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 착용 △북한이 실종자의 이름, 나이, 고향을 인지하고 있던 점 △A씨가 월북 의사를 표현한 정황 △당시 해상 조류의 표류예측 결과 등을 제시했다.

대부분 국방부 자료를 통해 확인한 사항이고, ‘해상 조류의 표류예측 결과’만해경 측이 제시한 월북 추정 근거였다. 북한이 A씨의 신상을 자세히 알고 있는 경위 등 구체적인 정황이나 출처에 대해선 밝힐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그런데 해상 조류의 표류예측 결과에 기반한 A씨의 월북 추정도 근거로서 부족하다. 예측 결과에 따르면 단순 표류의 경우 A씨는 당시 실종된 지역에서 남서쪽으로 떠내려 갔어야 했다. 국립해양조사원 등 국내 4개 기관의 분석 결과, 그 때 조류는 소연평도를 중심으로 반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남서쪽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는 실종된 해역에서 30여㎞ 떨어진 북서 방향의 북한 등산곶 인근에서 발견됐다. 해경은 이를 근거로 "A씨의 인위적인 노력으로 소연평도에서 북한 등산곶 인근 해상까지 올라간 사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A씨가 바다에 빠진 뒤 연평도 등 섬으로 향하기 위해 헤엄쳤지만 어두운 망망대해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북한 방향으로 갔을 가능성은 없을까. 이 같은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해경청 관계자는 “실종자가 10여년 동안 어업지도선을 타면서 근무를 했고 해양계열 고교를 나와 수상 상황에 밝다는 것, 조류에 대해 많이 안다는 점에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해경은 A씨가 총 3억3000만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고, 인터넷 도박빚이 그 가운데 2억6800만원이라고 밝혔다. 빚에 좇기다보니 월북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해경 스스로도 채무가 있다고 월북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월북 근거로 제시하진 않았다. 같은 날 A씨의 형은 서울에서 외신기자회견을 열고 “자꾸 동생의 채무, 가정사를 얘기하는데 우리나라 50∼60% 서민들은 다 월북해야 하겠다"며 해경청의 발표를 비난했다.

해경 관계자는 "A씨의 시신과 유류품을 찾는 해상 수색과 CCTV 감식, 인터넷 포털이나 주변인 추가 조사 등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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