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만 예닐곱 번…'부장인턴' 수두룩

입력 2020-10-04 17:43   수정 2020-10-05 01:13

연세대 어문계열을 졸업한 정모씨(26)는 2018년 상반기부터 2년 반가량 취업 지원서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원서를 넣은 회사만 100여 곳. 이 중 대여섯 곳 면접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서류와 필기시험에서 탈락했다. 토익 970점, 한국사 1급, 컴퓨터활용능력 2급 등의 스펙은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정씨는 “문과생들이 많이 가는 은행도 요즘에는 코딩 능력을 갖춘 이과생을 선호한다”며 “채용 방식이 수시 채용과 경력직 채용으로 바뀌어서 지원할 회사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한양대 어문계열을 졸업한 남모씨(25)는 이번이 인턴만 여섯 번째다. 방송사 PD를 꿈꾸는 그는 방송국, 신문사, 대기업 홍보팀 등 회사를 가리지 않고 인턴 자리가 나면 잡고 본다. 남씨는 “인턴이라도 해야 채용 기회가 생길 것 같아 하고 있다”고 했다. 대학 졸업장은 과거 고성장 시대엔 안정적 직장을 보장하는 수단이었다. 지금은 좋은 대학을 나와도 직장을 못 구해 인턴이나 계약직을 전전하는 청년이 대다수다. 대학 졸업자는 많은데 그만큼 양질의 일자리는 부족한 탓이다.

대학가에선 인턴만 전전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부장 인턴’이라고 부른다.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모씨(25)가 그런 사례다. 그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한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 원서를 50곳 이상 썼지만 전부 떨어졌다.지금까지 회사 세 곳에서 인턴과 계약직을 전전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취업 문이 더 좁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전국 4년제 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415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취업인식도 조사’를 한 결과 올해 졸업생의 55.5%가 취업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4일 밝혔다.

안정적인 취업을 보장받던 공대생들도 예외는 아니다. 중앙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정모씨(24)는 지난해 회사 15곳에 원서를 냈는데 전부 탈락했다. 어렵게 딴 토목공학기사, 화학공학기사 자격증도 헛수고였다. 그는 “취업이 불투명하다 보니 요즘은 대학원에라도 가 보자는 동기들이 많다”고 전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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