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석의 메디토크] '한국판 월터리드병원'은 어디에?

입력 2020-10-05 17:42   수정 2020-10-06 00:1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DC 인근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리드 미국군의료센터에 입원했다.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이 감염됐다는 소식이니 화제가 안 될 수 없다. 미국의 방역에 대한 실상,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 미치는 영향, 고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병세 여부에 따라 출렁이는 국제 정세, 그가 받고 있는 치료 내용 등 뉴스가 쏟아져 나온다.

병원에서 치료제인 렘데시비르와 아직 임상시험 중인 항체 치료제 등을 투여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병원에 있는 집무실에서 직접 업무를 하며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월터리드 군병원에는 유사시 미국 대통령이 입원하는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 전용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참모들의 업무 공간, 접견실, 회의실, 병실, 주방 등이 갖춰져 있다. 이 시설은 병원이 소속된 국방부가 아니라 백악관이 직접 관장한다고 한다. 우리로 치면 성남에 있는 국군수도병원에 유사시 대통령이 입원하고 임시 집무실이 운영되는 것과 같다.

관례적으로 미국 대통령, 부통령과 그 직계가족의 건강검진, 시술 및 수술, 입원 등의 건강관리는 대부분 월터리드 군병원 혹은 인근에 있는 베데스다 해군병원에서 이뤄진다. 월터리드 군병원은 외상후 스트레스증후군, 외상후 뇌손상, 하지절단 환자의 첨단 의지(義肢)재활 분야 등에서 유수의 대학병원을 능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병원이다. 전쟁터에서 심각한 부상을 당한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헬기로 구출돼 응급처치를 받고, 본국으로 옮겨져 의식을 되찾은 뒤 재활치료를 하는 병원으로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미국 현역군인이 전쟁에서 다리를 잃어 이송되면 세계 최고 수준의 티타늄 재질로 제작되고 전자칩으로 제어되는 초고가 의지를 처방받고 재활치료를 받는 병원인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 때 현역 군인으로는 국군병원에서 의지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없어, 보훈병원에서 예외 규정으로 병사들이 의지재활을 받았던 우리 현실과는 너무나 대비된다. 어찌 됐든 국가를 위해 일하다 질병이나 신체 손상을 당한 군인과 국가의 최고지도자가 같은 병원에서 치료받는 것은 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대통령 전용 입원시설이 있던 시절이 있다. 서울대병원 특실 병동에 지금의 월터리드병원의 대통령 전용시설처럼 접견실 등 집무실이 같이 있는 대통령 전용시설이 개원 이래 유지됐었다. 맨 위층이라 유사시 비상계단을 통해 옥상 헬기 착륙장에 접근할 수도 있었다. 거의 사용되지 않다가 아마도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무렵 폐지된 것 같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국가에서 유지할 수 있는 별도 예산이 지원되지 않고, 관리도 잘 되지 않다가 일반 병실로 전환됐다고 한다. 1980년대 이후에는 대통령 주치의가 국가병원인 서울대병원 의료진 중에서 임명되지 않은 적도 있다. 주치의 전공이 상징적인 내과 의사가 아닌 경우도 있는 등 원칙 없이 운영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병원, 공공의대를 포함한 탁상공론적이고 소모적인 공공의료 논란이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국가지도자 같은 중요 인사에 대한 공적 의료 시스템의 확립이다. 유사시 국가지도자를 위한 공적 의료 시스템 확립은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분야다. 미국 국민은 대통령이 월터리드병원에 입원할 때 불안해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준비돼 있는 안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생긴다면 우리 대통령은 어디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나? 서울대병원, 국립중앙의료원, 국군수도병원 아니면 민간 대학병원? 관할과 통제는 미국 백악관에서 하듯이 할까 아니면 주무관청인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어디에서 할까? 이미 계획이 다 서 있는데 모르고서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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