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기술 개발…女 과학자 2명, 노벨화학상 품었다

입력 2020-10-07 21:43   수정 2021-01-05 00:01


올해 노벨화학상은 3세대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CRISPR)-카스9’ 원천 기술을 개발한 2명의 여성 과학자가 수상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병원균과학팀 소장(사진 왼쪽), 제니퍼 다우드나 미국 UC버클리 교수를 선정했다고 7일 발표했다.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이들은 크리스퍼-카스9을 개발해 기초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의학 치료에 새 장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 “크리스퍼-카스9의 등장으로 유전질환을 치유하는 인류의 꿈이 막 이뤄지려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전자 가위는 질병을 유발하는 DNA(데옥시리보핵산) 특정 부위를 자를 수 있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DNA는 A·G·C·T 등 네 가지 염기가 두 개씩 30억여 개 쌍(bp)을 이뤄 꼬인 이중나선 구조로 돼 있는데, 유전자 가위는 이 30억 쌍 가운데 몇 개의 쌍을 절단해 형질을 바꾼다.

크리스퍼-카스9은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 ‘카스9’에 자를 부위를 안내해 주는 ‘가이드 RNA(리보핵산)’를 붙인 것이다. 크리스퍼는 ‘앞뒤 서열이 같은 유전물질 군집체(clustered regularly interspaced short palindromic repeats)’의 줄임말이다.

샤르팡티에 교수는 인체에 해로운 박테리아 중 하나인 ‘화농연쇄상구균’을 연구하면서 크리스퍼-카스9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이 박테리아의 면역체계를 분석하다 이전에 알려지지 않았던 ‘tracrRNA’를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제작한 크리스퍼-카스9이 박테리아 DNA를 절단하면서 면역체계를 무력화시킨다는 사실을 최초로 밝혔다. RNA 전문가인 다우드나 교수는 크리스퍼-카스9을 사용하기 쉽게 합성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이들은 함께 개발한 크리스퍼-카스9 원천 기술 성과를 2012년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었다.

크리스퍼-카스9이 등장한 후 곰팡이나 해충, 가뭄 등으로부터 저항성을 갖는 식물 개발이 실제로 가능해졌다. 새로운 암 치료법도 개척되고 있다. 김학중 고려대 화학과 교수는 “유전자 자체도 화학적 물질이고, 크리스퍼-카스9이 DNA 특정 위치를 절단하는 메커니즘도 결국 화학 반응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노벨화학상 수상은 이전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수상으로 역대 여성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23명이 됐다.

크리스퍼-카스9과 관련한 국내 전문가인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 수석연구위원(전 서울대 화학과 교수)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세대 유전자 가위인 ‘ZFN’부터 연구를 진행해온 김 연구위원은 크리스퍼-카스9이 실제로 사람과 동식물 등에 적용될 수 있게 응용 범위를 확장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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