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 웃게 한 'K송금'…동남아 사로잡았다 [넥스트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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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08 14:00   수정 2020-10-08 14:08

외국인 근로자 웃게 한 'K송금'…동남아 사로잡았다 [넥스트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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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일요일 아침 8시. 30대 후안씨는 문이 굳게 닫혀 있는 은행 앞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삼삼오오 외국인 근로자들이 줄을 서 있다. 후안 씨는 가져온 신문지를 깔고 털썩 앉았다. 필리핀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서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그는 송금장을 쓰지 못해 매번 외국인 직원이 있는 점포를 방문한다. 은행 영업점 개시 2시간 전에 도착하지만, 번호표를 뽑고 직원 도움을 받아 송금 신청서를 쓰다보면 점심시간이 지나기 일쑤다. 특근과 야근으로 피곤한 그는 연신 하품했다.

불과 몇 년전만 해도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자국으로 돈을 보내기 위해 일요일마다 은행에 줄을 섰어야 했다. 공장에서 특근과 잔업을 마치면 온전히 쉬는 날은 일요일 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일요일도 온전히 쉴 수 있게 됐다. 센트비 앱으로 송금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최성욱 센트비 대표는 "사업 초기에 부산 영사관에서 행사가 있었는데, 울산에서 일하는 필리핀 조마(가명)씨가 저희가 부산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찾아와 감사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조마(Jomar)씨가 직접 최 대표를 찾아온 이유는 아내 때문이었다. 필리핀 섬에 거주하고 있는 아내에게 돈을 보내려면 도시에 사는 형에게 1차로 보낸 뒤, 형이 아내에게 전달했다. 아내는 돈을 찾기 위해 섬에서 배를 타고 나와 은행으로 가야만 했다.

최 대표는 "센트비를 이용한 덕분에 아내가 위험하게 배를 타지 않게 됐다고 전해왔다"며 "섬에 있는 전당포에 핸드폰으로 온 코드와 신분증만 보여주면 현금으로 바로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센트비를 통한 편의성을 해외에서도 직접 느낄 수 있게 된 셈이다.

현재 센트비 가입자인 12만명 중 90% 이상은 조마 씨와 같은 외국인 근로자다. 센트비는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해외 47개국을 대상으로 송금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각 나라별 언어도 지원되기 때문에, 한국어를 몰라도 송금을 진행할 수 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센트비를 애용하는 이유는 편의성 외에 비용이 적게 들어서다. 시중 은행 대비 수수료는 4분의1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필리핀으로 100만원을 보낸다면 시중 은행에선 7~8만원의 수수료가 들어간다. 센트비로 송금할 경우, 1만5000원만 들어간다.

최 대표는 "시중 은행과 수수료가 5만원 정도가 차이나는 데 이는 해외 현지에서 굉장히 큰 금액"이라며 "필리핀 현지에서 1주일치 주급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줄어든 비용만큼 집에 생활비를 더 보낼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주말마다 외국인 장터 찾아…각종 체육대회까지 열어
2015년 설립된 센트비는 2018년부터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7월 비금융회사도 외화이체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한 외국환거래법이 통과된 이후에서야 현금 송금 서비스를 개시했기 때문이다.

모바일 앱으로도 외화 송금이 가능해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센트비 직원들은 직접 발로 뛰었다. 각 국가별 근로자들이 모이는 장소를 주말마다 찾아갔다. 필리핀 사람들은 서울 혜화동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경기도 안산이나 동대문 등지로 모인다는 점을 감안했다. 각 나라별 음식이나 식재료 등을 판매하는 장터가 주말마다 열리기 때문에 직접 근로자들을 나는 데 최적의 조건이었다.

특히, 한국에 오래 거주하고 한국어가 능숙한 커뮤니티 리더들을 공략했다. 최성욱 대표는 "당시로선 생소했던 만큼, 우리가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1차적으로 설득했다"며 "여자인 커뮤니티 리더 분들은 한국인 남편을 두고 있는 분들이 많아, 남편 분들에게 아내분 좀 소개해달라며 선물 공세까지 펼쳤다"고 회상했다.

오프라인에서 센트비에 대한 인지도가 어느정도 형성되자, 직접 행사도 열었다. 그는 "베트남 분들은 축구를 좋아한다는 점을 고려해 축구 대회를, 필리핀 근로자 대상으로는 농구대회를 열었다"며 "각종 종교행사도 저희가 직접 가서 지원하면서 회사에 대한 친밀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지방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접근성도 확대했다. 2018년 김해센터를 열었고, 지난해 안산센터를 개장하면서 총 2곳을 운영 중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센터를 찾는다는 점을 감안해 직원은 외국인으로 채용했다.

최 대표는 "센터를 방문한 근로자들에게 앱 설치와 사용법 등 단계별로 하나하나 안내하고 있다"며 "이런 점에서 고객 만족도가 높아 입소문이 잘 나면서 고객들이 단기간에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태국 현지서도 마케팅 전개…기업송금 분야로 '확대'
해외 현지에서도 센트비의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다. 작년 8월엔 태국 '어머니의 날'을 겨냥해 마케팅을 진행했다. 최성욱 대표는 "태국에 송금한 근로자들 중 추첨해서 엄마에게 쓰고 싶은 말을 전달해주는 이벤트를 열었다"며 "메시지와 함께 어머니날 상징인 흰색 꽃을 현지에서 직접 배달했다"고 밝혔다.

센트비 앱의 사용 빈도가 높은 국가는 필리핀이다. 그는 "옛날에 필리핀 근로자가 가족들에게 한 달치 월급을 보내면 1주일 만에 다 쓴 뒤, 돈이 또 필요하다고 해 한국에서 일하는 가장들의 스트레스가 컸다"며 "센트비 앱은 수수료가 낮기 때문에 한 달에 3~4번씩 그 주 생활비만 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라별 특성을 감안해 온라인상으로 프로모션도 진행한다. 베트남 사람들이 환율에 가장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환율이 가장 낮은 시점을 알려주는 식으로 마케팅을 전개했다.

최 대표는 "베트남 분들은 1~2원의 환율도 엄청 따지는 분들로, 지난해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베트남 근로자들이 가장 많이 송금한 시점이 가장 환율이 저점일 때였다"며 "베트남 분들이 모두 딜러처럼 느껴질 정도로, 가장 환율에 기민한 고객들"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내국인 이용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그는 "유학자금이나 생활비 등을 해외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케이스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영국에 보낼 경우 15분 내 계좌로 입금되고, 호주도 2시간 이내로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미국은 시차가 있어 송금에 1~2일이 걸리지만, 우리는 당일송금으로 2~3시간 내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센트비는 기업 송금도 확대하고 있다. 그는 "패션 여행과 관련된 기업용 서비스인 센트비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로 론칭이 늦어지는 부분이 있다"며 "내년 초나 중순엔 해외에서 사업하는 국내 기업들이 쓸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고객들 발 묶는다…"아시아 외환 부문 강자 목표"
센트비는 외환 송금 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추가해, 락인(Lock-in) 효과를 노릴 계획이다. 그는 "외국인 근로자 등 전반적인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서비스도 접목할 계획"이라며 "자체 개발이 가능하면 개발하고, 파트너가 필요하면 파트너를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센트비를 가입할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직 더 많이 있다. 최 대표는 "국내에 260만명 외국인 근로자가 있는데, 이중 중국인 등을 제외하면 80만명 정도가 센트비에 접근할 수 있는 고객층"이라며 "앞으로 더 확보할 고객들이 더 많은 셈"이라고 했다.

몸집을 키우는 것 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최강자가 되는 게 센트비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는 "세계적으로 송금 분야의 후발주자인 아시아에서도 최근 첫 유니콘 기업이 나왔다"며 "다음 세대로 꼽히는 2~3개 기업이 있고, 우리는 2.5세대 내지 3세대 기업이지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업송금 관련해서 경쟁사를 제치면서 가능성을 엿봤다. 최 대표는 "굉장히 큰 회사에서 송금솔루션을 채택했는데 원래 2세대 경쟁사를 검토했었다"며 "저희는 막판에 치고 들어갔는데 기술력을 인정받아 채택됐다"고 했다. 지난 9월 센트비는 영국 FXC Intelligence가 뽑은 도전기업(challenger)으로 이름을 올렸다.

센트비는 이미 아시아 유니콘이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2018년 초 싱가폴에 지사를 설치했고, 싱가폴 외환거래를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보유한 유일한 회사다.

최성욱 대표는 "싱가폴에선 핀테크 및 대기업을 상대로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며 "싱가폴 뿐 아니라 다른 국가로도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송금서비스 시장은 전세계 70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환치기나 개인거래 등 지하경제를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사진 = 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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