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누명' 어린이집교사 자살 몰고간 원생 엄마·할머니 "항소 취하"

입력 2020-10-08 11:11   수정 2020-10-08 11:14


아동학대 누명과 악성 민원을 견디다 못한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들이 1심 판결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등 죄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불복했던 원생 엄마 A(37)씨와 할머니 B(60)씨가 전날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김성준 부장판사)에 "항소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항소 취하서를 낸 정확한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자신들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다시 재판 받겠다는 마음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2018년 11월 자신의 아이가 다니는 세종시 한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했다며 항의하던 중 교사 2명에게 욕설과 여러 차례 폭행을 했다. A씨의 아이가 교사에게 맞았다고 말하면서 이들이 어린이집으로 찾아온 것이다.

이들은 당시 교사들에게 "저런 X년이 무슨 선생이냐, 개념 없는것, 일진같이 생겨가지고, 싸가지 없는…"이라고 말했으며 "시집가서 너 같은 XX 낳아서…" 등 폭언을 15분간 지속했다. 일부 원아는 피고인들이 시끄럽게 하거나 교사가 우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어린이집 내 CCTV 녹화 영상 및 진술 그리고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학대로 의심할 정황과 단서가 없다는 소견 등을 종합해 지난 2019년 3월29일 엄마가 고소한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이후에도 세종시청에 해당 어린이집이 "보육료를 부정으로 수급받는다"라며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는 등 어린이집 운영을 힘들게 했다.

결국 불기소처분을 받았지만 교사 1명은 어린이집으로부터 퇴사 요청을 받았다. 일을 그만둔 교사는 그 후 극단적 선택을 했다.

숨지기 이틀 전 피해자는 1심 재판부로부터 증인 소환장을 받았는데 법정 출석 요청에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전해졌다.

1심을 맡았던 대전지법 형사7단독 백승준 판사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계속 부인하는 A씨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증인으로 부르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백승준 판사는 A씨 등에 대해 각각 벌금 2000만원형을 내리며 "징역형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게 마땅해 보이지만 약식명령의 형(벌금형)보다 더 큰 형 종류로 변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A씨 등 엄벌 촉구 국민청원 글을 올린 피해 교사 유족(동생)은 "어린이집은 특성상 민원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저희 누나는 우울증세가 생겼다"며 "그들은 아예 누나 생계를 끊을 목적으로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혔다"고 호소했다. 이 청원 글에는 전날까지 7만여명이 동의했다.

다만 검찰에서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 재판은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그대로 종결될 예정이다.


※ 우울감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위의 기사를 본 뒤 우울감이나 정신적 고통을 느끼셨다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에 전화해 24시간 상담받을 수 있습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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