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문제는 플랫폼이야"

입력 2020-10-09 18:13   수정 2020-10-10 00:15

광고가 나오지 않는 유튜브 프리미엄을 보기 위해선 갤럭시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웹페이지에서 매달 8690원을 결제하면 된다. 이 가격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선 월 1만2000원으로 뛴다. 애플이 앱 결제 수수료로 30%가량을 받고 있어서다.

하지만 이젠 구글 운영체제를 쓰는 다른 스마트폰에서도 비슷한 돈을 내야 한다. 구글이 현재 게임에만 부과하는 수수료를 내년부터 모든 앱에 30% 부과를 의무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스마트폰을 떠나 사업자의 웹페이지에서 결제할 수도 없다. 애플과 구글은 3억5000만여 명의 이용자가 있는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를 앱 외에서 결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앱에서 퇴출시켰다.

당장 독과점의 횡포란 지적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에서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의회는 청문회를 열었고, 한국 정부는 독과점법 위반으로 제재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별 소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앱스토어에 등록된 170만 개의 앱 중 우리가 만든 앱은 60개 정도에 불과하다”며 독과점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항변하고 있는 중이다.

앱이란 서비스와 이를 모아 놓은 생태계를 만든 게 애플과 구글이라는 건 사실이다. 애플과 구글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핀란드의 한 개발자가 만든 앱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퍼질 수 있는 시장을 구축한 것이다. 이를 통해 많은 부가가치가 창출됐고 소비자도 편익을 누렸다.

수수료가 부당한 측면이 있지만, 항변할 수 없는 건 소위 플랫폼의 힘이다. 터미널, 백화점, 대형마트, 영화관 등이 플랫폼의 역할을 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빨리 찾아온 미래의 플랫폼은 애플 구글 넷플릭스 아마존 등의 모습일 것으로 지금은 여겨진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앱스토어에서 553억달러(약 64조원)를 벌어들였다. 작년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매출도 298억달러(약 35조원)에 달했다.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은 지난해 포스코와 비슷하며, 구글의 앱 매출은 GS칼텍스보다 많다. 앱 시장은 두 회사엔 모두 한 사업 부문일 뿐이다.

이번 기회에 오히려 한국의 문제를 돌아봐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폰과 TV, 세탁기, 냉장고, 자동차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플랫폼으로 만들지 못했다. 시도를 전혀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때론 규제에, 때론 국민정서란 벽에 부딪혀 좌절되기도 했다. 한국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중인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등이 플랫폼의 지위에 오르긴 했지만, 이번 구글과 애플의 행보에 따르면 네이버조차 하위 플랫폼에 머물고 있어 보인다. 구글의 수수료 부과는 웹툰과 이모티콘 등을 팔고 있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한다.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방탄소년단(BTS)의 경우가 그렇다. BTS는 플랫폼의 하나인 유튜브를 이용해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한 아이돌그룹이다. 기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년 전 ‘위버스(Weverse)’란 웹사이트와 앱을 론칭했다. 이곳에 BTS를 비롯한 소속 연예인들이 모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229개국에서 1437만 명이 가입해 있다. 한 달에 1100만여 개의 콘텐츠를 가입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소셜미디어와 커머스(제품판매) 기능도 갖췄다. 신곡 발표와 콘서트 일정 등이 여기를 통해 전파되면서 한류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빅히트는 이런 노력으로 미국 패스트컴퍼니가 꼽은 올해 글로벌 혁신기업에서 애플(39위)을 제치고 4위에 올랐다.

다른 사례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자율주행차가 대세라면, 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는 차 안에서 영상을 소비하거나 검색을 할 것이다. 자동차가 스마트폰을 제치고 플랫폼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는 얘기다. 미래의 플랫폼은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플랫폼은 사람이 모이면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앱 시장 5년 뒤엔 두배로 커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스마트폰에 빨려들어 가고 있다. 특히 요즘엔 앱을 통해 여가와 경제활동이 이뤄진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과 구글의 앱 매출 합계는 851억달러(약 95조원)에 달했다. 작년에 전 세계 사용자들이 앱을 다운로드해 사용하면서 결제한 금액 가운데 두 회사가 떼어간 수수료 합계만 100조원에 육박했다는 얘기다. 한국 정부 예산의 5분의 1 정도다.

센서타워는 5년 뒤엔 앱 시장 매출이 두 배로 늘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경제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예상된 2024년 애플의 앱 시장 매출은 1154억달러(약 134조원), 구글은 555억달러(약 64조원)다. 2024년 애플의 앱스토어 매출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전체 매출(106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센서타워는 특히 모바일 게임의 매출이 절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4년 모바일 게임의 앱 매출은 978억달러로 집계했는데, 이는 애플과 구글의 그해 앱 매출의 57%를 차지한다. 구글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을 크게 뺏어오진 못하지만, 신규 다운로드 앱의 수는 구글이 향후 5년간 1392억 개로 애플(445억 개)보다 많을 것으로 센서타워는 내다봤다.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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