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똑똑하게 써야…현금 살포 대신 교육·인프라에 투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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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11 17:12   수정 2020-10-12 23:57

"나랏돈 똑똑하게 써야…현금 살포 대신 교육·인프라에 투자하라"


세계적 거시경제학자인 애덤 포즌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개인에게 직접 현금을 주는 것보다 교육과 인프라에 투자하는 게 정부 재정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다. 포즌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장담한 ‘미국 경제의 V자 회복’에 대해선 “비현실적”이라고 일축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대처법과 관련해선 “중도(middle way)를 찾아야 한다”며 “한국이 일본과 갈등을 풀면 (중도 찾기를) 더 잘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과 이달 4일 화상과 이메일로 두 차례 이뤄졌다.
▷미국 경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V자 반등할까요.
“V자 회복은 비현실적이고 더블딥(W자) 가능성도 매우 낮습니다. 그보다 경기가 급강했다가 떨어질 때의 절반 정도 비율로 오른 뒤 평탄해지는 역체크마크(reverse checkmark) 형태의 회복이 유력합니다. 중요한 건 어느 수준에서 평탄해지느냐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증시는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괴리가 위험 수준인 건가요.
“괴리가 있지만 위험 수준은 아닙니다. 괴리가 위험한 건 정책 당국자들이 (과열을 이유로) 증시를 타깃으로 할 때인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증시가 실물경제보다 훨씬 좋은 건 상장기업들이 미국 경제 중 (우량한) 특정 ‘샘플’을 대표하기 때문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향후 경기침체 예방을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해야 할까요.
“Fed의 제롬 파월 의장과 리처드 클래리다 부의장은 현재 마이너스 금리를 논의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걸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그들이 맞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로 할 수 있는 것 중 양적완화 확대로 못하는 건 없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 시스템과 은행·연기금·보험사에 잠재적으로 미치는 부정적 효과도 큽니다. 또 지금 최대 리스크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재정정책입니다. 추가 부양책이 처리되지 못하면 그게 문제입니다.”
▷추가 부양책이 불발하면 미국 경제는 어떻게 될까요.
“지금이든 내년 1, 2월이든 부양책이 처리되면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지만 그보다 늦어지면 어려움이 커질 겁니다.”
▷경기침체를 피하려면 추가 부양책 규모가 얼마나 돼야 할까요.
“1조달러 안팎이면 충분합니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2조2000억달러는 많은 편입니다. 중요한 건 돈이 어디로 가느냐인데, 실업자와 주·지방정부로 돈이 가야 합니다.”
▷미국이 ‘일본화(Japanification)’될 것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장기적인 저성장·저금리·저물가를 말할 때 ‘일본화’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저는 그 말을 쓰지 않고 대신 래리 서머스(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가 말한 ‘만성 경기부진(secular stagnation)’이란 용어를 씁니다. 미국과 일본 모두 만성 경기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만성 경기부진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차세대 대형 기술(next big technology)’을 얻을 수 있는 복권을 사는 겁니다. 즉 연구개발(R&D)과 인적자본 투자를 늘려야 합니다.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소득 중 노동의 몫을 늘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 의회예산국은 최근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방정부 채무비율이 지난해 79%에서 2050년 195%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우려해야 할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채무비율) 추세가 급격히 오르는 건 장기간 성장이 부진할 것이란 가정에 기반합니다. 즉 채무 과다가 아니라 성장 부족이 문제입니다. 둘째, 당면 문제는 아니지만 금리가 오르면 이자 상환에 너무 많은 돈을 낭비하게 됩니다. 셋째, 특히 공화당 정부가 세금을 인하하면서 주장한 만큼 성장이나 세수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차기 행정부와 의회가 세수를 늘리고 증세를 한다면 좋을 겁니다.”
▷한국도 국가채무 비율이 급등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중요한 건 돈을 현명하게 써야 하고 이자 상환에 너무 많은 돈을 쓰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재정을 현명하게 쓰는 방법은 뭡니까.
“민간이 제공하지 못하고 수익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에 돈을 쓰는 게 현명한 방법입니다. 즉 개인들에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이전 지출에 너무 많이 쓰지 말고 투자에 쓰는 겁니다. 민간이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과 도로·인프라 구축 같은 데 말입니다.”
▷미국은 국민들에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았습니까.
“재난지원금은 일시적 충격에 대처하기 위해 꼭 필요했고 매우 생산적이었습니다. 경기 하락으로 타격을 받은 대부분 미국인들이 소비 수준을 유지하고 빈곤에 빠지는 걸 막아줬습니다. 하지만 무한정 계속 줄 순 없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중단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완전한 디커플링(결별)도 가능하다’고 한 건 어떻게 보나요.
“말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경제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것 외에 세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 완전한 결별을 위해선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사례처럼 정부가 국민 생활에 개입을 늘려야 하는데 그 결과 부패가 늘고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둘째, 미국도 중국과의 무역과 중국에 대한 투자로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미국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중국에 영향을 주지 못합니다. 중국 경제의 진전을 늦추고 일부 중국 기업과 기술에 해를 끼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국과의 군사 갈등이 고조되고 중국을 더 공격적으로 만들며 미국이 중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제 협정 밖으로 중국을 내몰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은 어떻게 다뤄야 하나요.
“불공정 무역 보조금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은 주요 경제 동맹과 협정을 통해 중국을 압박하는 겁니다. 글로벌 공조를 통해 하는 것이 미국이 독단적,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미·중 무역전쟁을 ‘경제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던데요.
“미·중 무역전쟁은 미국이 시작했고, 미국의 많은 보물과 피를 낭비하고, 어떤 분명한 목표도 없이 갈등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아프간(전쟁)과 비슷합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최종적으로 뭘 원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중국과 2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할까요.
“그럴 겁니다만 2단계 협정도 (올 1월 체결된) 1단계 협정만큼 무의미할 겁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이기면 어떻게 될까요.
“바이든과 민주당 의원 대부분은 적어도 트럼프만큼 중국을 불신합니다. 게다가 트럼프보다 더 인권을 걱정합니다. 바이든은 일방적 관세 부과나 철회 대신 동맹과 공조를 통해 규칙에 기반한 대응을 하겠지만, 중국과의 전반적 관계는 계속 나쁠 겁니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싱가포르나 일본, 호주처럼 중도를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미국과의 군사 유대는 ‘협상 불가’지만 중국과의 경제 유대도 포기하지 않아야 합니다. 간단한 일회성 해법은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한국이 일본과의 갈등을 일부 풀거나 (미국 탈퇴 후 일본, 캐나다, 호주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CPTPP(포괄적·잠재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는 건 위험하진 않을까요.
“그건 사실입니다. (올해 대선에서 누가 돼도) 미국이 중국으로의 기술이전을 제한하고 화웨이 같은 특정 대기업을 고립시키고 (그들과) 결별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겁니다. 그에 대해선 상·하원과 양당 모두에서 광범위한 지지가 있습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애덤 포즌 소장은

세계적 통화정책 전문가…금융위기 때 英 양적완화 이끌어


애덤 포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은 중앙은행 독립성과 일본의 장기불황 연구로 유명한 세계적 거시경제학자다.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1994~1997년) 시절 나중에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벤 버냉키 등과 함께 《물가 목표:국제 경험으로부터의 교훈》을 썼다. 2009년 임기 3년의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에 임명돼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양적완화 등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이끌었다. 2012년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이 선정한 ‘글로벌 슈퍼스타 중앙은행가(家)’ 중 한 명이다. 2013년부터 워싱턴DC에 있는 경제분야 최고 권위 싱크탱크로 꼽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를 이끌고 있다.

△1966년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출생 △하버드대(학사·박사)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 △뉴욕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 △영국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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