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 국가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최악의 경우 외국자본이 빠져나가는 등 금융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합니다.”(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창의적 기업들이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코로나19 사태로 뒷전으로 밀리는 듯해 우려됩니다.”(박웅용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제39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신관호 교수와 ‘제9회 다산 젊은 경제학자상’을 받은 박웅용 교수는 12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열린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와 고민을 털어놨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기리고 경제 연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제정된 두 상은 국내 경제학자에게 수여되는 최고 권위의 상이다.
신 교수는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산업재편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정책 지원의 일환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에도 상당한 금융지원에 나섰다”며 “구조조정이 촉진되지 않으면 정책지원 규모가 더 불어나면서 정부 부채는 쌓여가고 후유증도 만만찮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산업재편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고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훼손되는 재정건전성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드러냈다. 신 교수는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정부 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외화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는 데다 외국자본 유출이 촉진되는 등 금융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도 “국가부채 증가 속도가 빠른 데다 나라살림의 구조적 적자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수습 직후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실물경제가 위축되면서 소비·투자로 흐르지 않은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며 “부동산시장 거품이 터져서 금융안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확실한 부동산 대책은 공급”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공급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경제학자는 다만 부동산 거품을 막기 위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하거나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할 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신 교수는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는 성장을 뒷받침하는 등 긍정적인 점이 많다”며 “자산가격이 안정된다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내릴 여력도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어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은 맞는 처방”이라며 “기준금리를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더 내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두 교수는 정부가 시장원리의 작동을 뒷받침하고 저출산·고령화로 빚어진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판 뉴딜’ 정책에서 볼 수 있듯 정부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 비대해지고 시장 개입을 확대하는 듯해 우려된다”며 “정부 역할은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돕는 데 그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고 해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창의적이고 성장하는 기업들을 배출하기 위한 장기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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