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에 웬 청년 장학금?…대기업 직장인에도 퍼줬다

입력 2020-10-12 17:42   수정 2020-10-19 16:04

중소기업에 다니는 고졸 청년을 지원하겠다며 마련한 ‘고졸 후학습자 장학금’의 지급 원칙이 무너지는 데는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청년 고용 촉진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와 무관하게 ‘현금성 지원’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찬민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고졸 후학습자 국가장학금(희망사다리Ⅱ유형) 지급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정부는 이 사업에 2018년 288억원, 2019년 502억원, 2020년 385억원 등 3년간 총 1175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청년 일자리 대책 패키지’의 하나로 이 사업을 발표했다.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에 취업한 고졸 청년에게 대학 장학금을 100% 지원하기로 했다. 사업 주무부처인 교육부와 한국장학재단은 “이들을 지원함으로써 중소·중견기업 취업을 활성화하고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정부가 밝힌 이 기준은 이듬해 곧장 무너졌다. 수요예측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나눠줄 예산부터 책정한 결과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원자가 예상에 못 미치자 2019년 2학기부터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 직장인에게도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며 은근슬쩍 대상을 넓혔다. 한국장학재단은 이에 대해 “계획과 달리 신청과 집행이 저조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기준을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기준이 바뀐 2019년 2학기와 2020년 1학기 등 지난 1년 동안 장학금을 타간 1만6938명 가운데 3157명(18.6%)이 대기업 재직자였다. 지급된 371억원 중 49억원이 이들에게 돌아갔다. 다니는 기업도 삼성전자, 삼성생명, 우리은행, 국민은행 등 우량 대기업이 다수를 차지했다. 중소기업 재직자에게 장학금을 지급해 중소기업 취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고졸과 청년 기준도 완화됐다. 고졸이라는 원칙은 2019년 1학기부터 깨졌다. 2019년 1학기 10명의 전문대 졸업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한 뒤 2019년 2학기 53명, 2020년 1학기 160명 등 1년6개월 동안 총 223명의 전문대 졸업생이 장학금을 받아갔다. 청년 기준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최근인 2020년 1학기 지원대상 8699명 중 1955명이 35세 이상의 중장년이었다. 50대 이상도 531명에 달했다. 50~60대가 ‘청년’ 장학금을 받고 있는 아이러니컬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용촉진 효과와 무관한 현금 살포가 ‘청년 일자리 증진’이란 명목 아래 무책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청년 일자리 예산이 고용 창출이 아니라 청년을 단순 지원하는 현금 복지처럼 쓰인 셈”이라고 비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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