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관리를 담당하는 한수원은 2018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이후 경제성 평가에 대한 의혹이 제기돼 지난해 9월 30일 국회가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 시작 후 1년을 훌쩍 넘겨 국회의 청구 사안 중 역대 최장 기간 감사로 기록됐다. 국회법에 따르면 감사원은 국회에서 감사 요구를 받은 뒤 3개월 이내에 감사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감사원의 최종 의사결정기구인 감사위는 지난 8일 월성 1호기 관련 안건을 심의하기 시작했다. 이후 16일까지 총 다섯 차례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에 다다르지 못했다. 지난 4월 세 차례 회의가 열린 것을 고려하면 총 여덟 차례 회의에도 결론을 못 낸 셈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단어 하나하나 검토하느라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최재형 감사원장과 감사위원들 간 갈등설, 산업부의 조직적인 감사 저항 등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최 원장은 “법사위가 의결한다면 감사 과정 및 내용을 전부 공개할 수 있다”며 중립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길어진 감사 기간만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결과와 상관없이 후폭풍은 상당할 전망이다.
먼저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 내리면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추진해온 탈(脫)원전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부, 한수원 등 관련 기관의 책임론도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여당을 중심으로 최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커질 수도 있다. 이미 여당 의원들은 최 원장의 가족 이력 등을 들어 중립성에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반대로 조기 폐쇄 결정에 하자가 없다는 식으로 힘을 실어준다면 정치적 외압에 굴복했다는 비판이 나올 게 뻔하다.
여당에서는 감사원의 강압 조사 문제를 거듭 제기하고 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고인 조사를 받는 교수에 대해 강압적인 감사를 했다고 들었다”며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조사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감사보고서 발표가 끝난 뒤 내부적으로 직무감찰을 실시해 감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겠다는 방침이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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