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후 그냥 방치…환수 못한 일본인 땅 '여의도 두 배'

입력 2020-10-22 17:22   수정 2020-10-23 01:07

광복 이전 일본인과 일본 기관 소유였던 재산은 국가가 환수해야 하지만, 아직도 국유화하지 못한 땅이 595만㎡(180만 평)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면적의 두 배를 웃돈다. 나라를 되찾은 지 70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제 ‘재산 청산’은 상당 부분 미완으로 남아 있다는 얘기다.

22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달청으로부터 받은 ‘일본인 재산 환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유화가 진행 중인 일본 재산은 총 2964필지, 면적으로는 255만1000㎡로 파악됐다. 조달청이 일본인 재산 의심 사례를 조사해 ‘국가로 귀속시켜야 할 대상’이라고 결론 내린 땅이다.

정부가 파악하지 못한 재산도 있다. 광복회와 김 의원이 자체 조사한 결과 339만5000㎡ 규모(150필지)의 일본인 재산이 국유화되지 않고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광복회는 독립유공자 및 그 후손이 결성한 보훈단체다.

총 594만6000㎡(179만9000평) 규모의 일본인 재산을 국유화하지 못한 것이다. 여의도 면적(290만㎡)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필지로는 총 3114곳이며, 이들 재산의 가치는 공시지가 기준 2181억원에 이른다. 현재 조달청이 환수 대상 여부를 조사 중인 곳도 1180여 필지가 있어 미환수 일본 재산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수도권 도심에도 일본 땅이 남아 있다. 경기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수원향교 바로 옆에 99㎡(30평) 남짓한 기와집이 하나 있는데, 이 땅 주인은 ‘향산홍(香山弘)’이란 일본인이었다. 일본 이름으로 가야마 히로시다. 이 땅은 올 8월에야 국유화됐다. 서울 종묘와 창경궁 사이 보행로에도 ‘전전승(前田昇)’이란 일본인의 땅이 있다. 전전승의 실체는 1920년 조선 헌병대 사령관이었던 마에다 노보루. 이 땅은 아직 환수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광복 75주년이 됐는데도 아직 일제 재산 청산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조달청 전문 인력 확충은 물론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처 간 협업을 강화하고 소송 전문성을 대폭 끌어올리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 재산 환수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조달청의 일본 재산 환수 담당 인력은 10여 명에 그친다. 그나마 4~5년 이상 업무를 전담하는 2명의 전문관을 빼면 모두 순환 보직이어서 전문성을 쌓기 어려운 구조다. 환수 소송을 전담하는 정부법무공단의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2016년 이후 환수 소송 승소율은 71.2%에 그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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