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제약·바이오 간판들

입력 2020-10-22 17:47   수정 2020-10-23 09:16

코스닥시장 대형주인 헬릭스미스와 메디톡스가 잇달아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시장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한 가운데 유동성 확보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점에서 업종 자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업체인 메디톡스는 지난 21일 1665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주주들에게 주당 0.2주의 신주를 제공하는 무상증자 계획을 모두 철회했다. 지난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툴리눔 톡신 제품인 ‘메디톡신주’와 ‘코어톡신주’의 품목 허가를 취소한다고 발표한 여파로 주가가 폭락하자 회사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메디톡스 주가는 식약처 발표 직후 2거래일 동안 23.63% 추락해 지난 21일 17만61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마무리될 예정이었던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격(17만1400원)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부 주주는 공짜 신주를 받아 손실 폭을 줄이기 위해 버텼지만 무상증자까지 취소되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22일 메디톡스는 7.16% 추가 하락해 16만3500원까지 밀렸다.

지난해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올랐던 바이오업체 헬릭스미스도 2861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이달에만 두 차례나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해서다.

이 회사는 증권신고서 수정 과정에서 위험 요인을 추가해 주주들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 헬릭스미스는 지난 16일 수정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유상증자 일정이 연기돼 올해 안에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며 “지난 5년간 사모펀드와 사모사채 등 고위험 고수익 자산에 2643억원을 투자했다”고 공개했다.

시장에서는 차입보다는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 의존하는 코스닥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자금 조달 환경이 한꺼번에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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