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흐름 내밀히 포착한 실경산수의 멋

입력 2020-10-25 16:55   수정 2020-10-26 04:55

수키와를 얹은 담장 너머로 들여다본 고택의 감나무에 매달린 홍시들이 탐스럽다. 기와지붕 뒤로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산색이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한국화를 그리는 이상표 작가(61)의 풍경화 ‘고택의 가을’이다.

이 작가의 첫 개인전 ‘길, 고향산천, 그리고 여행’이 26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과 중국의 여러 화법을 접목해 한국화의 독특한 화풍을 보여주는 작품 60여 점을 건다.

이 작가는 삼성전기 전무와 신한다이아몬드공업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 출신이다. 중국 주재원 시절 톈진 난카이대의 유자청 교수에게 그림을 배웠고, 퇴직 후에는 ‘봄의 작가’로 유명한 오용길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사사했다. 취미생활을 넘어 전문 작가의 길을 걷기로 마음먹은 뒤엔 전업화가인 동생의 화실에서 하루 10시간씩 그림에 빠져들었다. 지난 7월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목우회전에서 잇달아 입상한 건 이런 노력의 결과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빛의 흐름을 내밀하게 포착해 절제된 선으로 표현한 실경산수, 인물, 동물, 해외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그려낸 작품을 선보인다. 길 위에서 만나는 일상의 풍경과 단양 사인암, 풍기 금선정, 속리산 문장대, 설악산 토왕성 폭포의 겨울, 진부 오대천 등의 사계절을 화폭에 담아냈다. 울긋불긋 물드는 나무들과 운선구곡의 맑은 개울물이 가을을 노래하는 단양 사인암의 풍경, 가야산 띠논의 황금빛 물결 등 가을 풍경은 코로나19로 발이 묶인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한국화 스타일로 그려낸 포르투갈의 파티마 성당, 오비도스 마을, 에스토릴 해변, 뉴욕의 호보캔 파크, 이탈리아 북부 인두나와 올로나 등의 해외 풍경도 눈길을 끈다.

이 작가는 “나뭇잎에서 반짝이는 햇살을 잡아내고, 가지를 흔드는 바람을 느끼고, 그늘 뒤에 다소곳이 자리 잡은 예쁜 들꽃, 이름 모를 잡초들과 눈인사를 나눈다”며 “사진과 비슷한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보여주지 못하는 현장의 감동 여운, 사람의 감정까지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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