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장에 장발로 모인 대체복무자들…'충성' 구호 없었다

입력 2020-10-26 17:34   수정 2021-01-17 19:34

“저는 옥살이를 했지만 아들은 신념에 따른 병역 거부를 할 수 있도록 인권 존중의 사회로 간 것 같아 기쁩니다.”

26일 대전교도소 앞에서 만난 장태원 씨(56)는 대체복무 입교식을 앞둔 아들을 배웅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대전교도소에 입교한 대체복무요원은 총 63명.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에 따라 군 대체복무를 인정받게 된 첫 사례다.

대전교도소 입구는 오전부터 입교를 앞둔 대체복무요원들과 가족 1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대부분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분위기는 여느 군 입대 훈련소와 달리 차분하고 조용했다.

입교를 앞둔 요원들은 삭발하지 않은 장발이었지만 양복 정장을 입은 단정한 차림새였다.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장선재 씨(29)는 “20대 초반부터 입영 통지서를 받아왔지만, ‘집총(총을 쥐거나 소지)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대를 미뤄왔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다른 대체복무요원 김진욱 씨(31)도 “같은 여호와의 증인 신자인 형은 병역 거부로 수감돼야 했지만, 저는 대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대체복무를 수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법원이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리면서 대체복무로 군역을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대체복무요원들은 일반 사병의 복무기간(18개월)보다 두 배 긴 36개월을 근무한다. 김시원 씨(29)는 “(대체복무자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입교한 대체복무요원 1기는 3주간 대전교도소에서 교육을 받고 대전 및 목포 교도소로 배치된다. 배치받은 교도소 현장에선 함께 합숙하며 급식, 물품, 보건위생, 시설관리 등의 보조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3주 뒤 곧바로 2기(42명)도 입교할 예정이다.

이들이 머무르게 될 생활관에는 입교 관련 교육을 받는 강의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일과 시간 후에 다 함께 모여 종교적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영상을 띄워 설교 등을 볼 수도 있다. 또 각 방이 8개 침대로 꾸려진 생활관 10개 실과 PC방 등도 있다. 이날 입교식에서는 국민의례와 국기에 대한 ‘충성’ 경례가 생략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대체복무요원들이 특정 종교를 따르는 신도들인 만큼 그들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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