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이렇게 멋지게 일해"…'실리콘밸리'식 채용이 뜬다

입력 2020-10-27 07:00   수정 2020-10-27 14:55



“직급은 없고 역할은 많습니다. ‘누구한테 보고하느냐’고 물을 필요도 없어요.”

카메라를 응시한 채 회사의 기업 문화에 대해서 담담히 말한다. 핀테크 업체 토스가 ‘영향력 있는 결과를 만드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만든 유튜브 영상이다. 얼마 전 이직해 온 직원이 체험한 조직 문화에 대해 얘기하는 게 전부. 서비스에 대한 거창한 설명도, 구체적 채용 계획도 없다.

핀테크 업계의 치열한 인력 채용 경쟁이 유튜브로 옮겨붙고 있다. 모집공고를 내고 시험과 면접으로 채용 절차를 밟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조직 문화를 보여주는 ‘브이로그’ 형태의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 일에서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고 있다. 젊고 뛰어난 인재를 확보하는 게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및 기존 금융사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원동력이라는 생각에서다.
○“우린 이렇게 멋지게 일한다”
토스는 이달 초부터 조직문화를 소개하는 ‘더 워크(The Work)’ 영상을 유튜브 채널에 올리기 시작했다. 블로그인 ‘토스피드’를 공개하던 영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유튜브로 옮겨갔다.

컨셉을 약간 바꿨다. 회사 업무와 복지에 대한 직접적인 소개는 최대한 줄이고 조직 문화에 대한 소개를 늘렸다. 내부 구성원들과의 인터뷰를 주로 활용한다. 토스 관계자는 “밀레니얼 세대는 일하는 문화를 이전 세대보다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자산관리 플랫폼을 운영하는 뱅크샐러드는 최근 총 7명으로 구성된 ‘XD팀’을 꾸렸다. 유튜브 영상 제작을 전담하는 부서다. 영화감독 출신의 김한혁 프로듀서가 촬영과 편집을 총괄한다. 최근엔 분기별 1회 전 직원이 참여하는 전체회의인 ‘얼라인먼트 데이’ 행사를 영상으로 제작해 유튜브에 공개했다. ‘우리는 이렇게 혁신적으로 일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취지다.

토스는 향후 ‘더 워크’ 시리즈 이름으로 8편의 영상을 추가로 올린다는 계획이다. 뱅크샐러드는 ‘첫-터뷰’라는 이름의 신규 입사자 인터뷰 영상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 원래 회사 내부용으로 활용하려던 영상을 외부에도 공개해 뱅크샐러드의 인재상을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뱅크샐러드 관계자는 “‘회의없는 목요일’, 직장 내 노이즈 캔슬링(소음 제거) 이어폰 허용 등 뱅크샐러드 만의 일하는 방식을 다루는 다른 영상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식 채용 문화
영상을 통해 조직문화를 보여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두 핀테크 업체의 시도는 미국 실리콘밸리를 모방한 것이다. 스타트업에서 출발해 글로벌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로 성장한 넷플릭스는 공식 유튜브 채널 말고도 ‘WeAreNetflix(우리가 넷플릭스다)’라는 별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회사 내 인종 다양성과 여성 리더를 소개하는 직원들의 인터뷰 영상을 올리고 있다. 넷플릭스 내 콘텐츠 소개는 배제하고, 오로지 조직 문화에 대해서만 설명한다.

조직 문화를 가감없이 공개해 이목을 끌겠다는 이런 시도는 채용 공고를 만들어 주요 대학과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배포하는 기존 금융권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그동안엔 소문으로만 들을 수 밖에 없는 일하는 방식을 노출시켜 ‘우리 조직에 합류하면 이렇게 일할 수 있다’는 걸 최대한 체감하게 하려는 것이다. 수시, 경력직 채용이 많은 스타트업에서 가능한 방법이기도 하다.

토스와 뱅크샐러드의 1차적인 타깃은 국내 금융사에 다니는 핵심 역량을 갖춘 20~40대다. 실리콘밸리 유수 기업에서 일하는 해외 엔지니어도 공략 대상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근무 중인 사람을 돌아오게 만드는 건 연봉 말고도 기존 국내 회사와는 다른 혁신적 조직 문화”라고 설명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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