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채용 시스템 도입한 유니레버…"7만 시간 아꼈다"

입력 2020-10-27 17:25   수정 2020-10-28 02:39

‘도브’ 비누와 ‘바셀린’ 로션을 생산하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앨런 조프 CEO·사진)의 인공지능(AI) 채용 실험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 회사에 입사지원을 하면 최종 면접을 보기 전까지 회사 관계자를 볼 수 없다. 지원서 접수 후 3~4단계에 이르는 전형을 모두 AI가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에선 입사지원자가 이력서를 손수 채우지 않아도 된다. 지원자가 동의하면 유니레버가 구인구직 소셜미디어 ‘링크트인’에서 프로필 정보를 끌어와 지원서를 작성해준다. 지원자의 서류 전형 합격 여부는 AI가 정한다. AI 알고리즘이 지원서를 분석해 해당 직무에 적합한 후보를 절반 이상 추려낸다.

다음 단계로 직무 능력을 파악하기 위해 고안된 온라인 게임을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의 집중력 및 기억력을 평가한다. 특정 질문에 대답하는 모습을 각자 동영상으로 촬영해 제출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최종 면접 대상까지 걸러낸다. 질문에 대답하는 속도, 표정, 목소리 톤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준다.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단어를 얼마나 사용하는지도 분석한다. 유니레버는 이 전형을 모두 통과한 합격자를 대상으로 최종 대면 면접을 본다. 지원자의 초기 평가에 드는 수고를 AI가 덜어준다.

유니레버 측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인사 시스템에 AI를 도입하면서 채용 과정이 빠르고 정확해졌다”고 소개했다. 유니레버는 통상 1년에 약 3만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180만 건이 넘는 입사지원서를 처리한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채용 과정을 간소화하면서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유니레버 측은 AI를 채용 시스템에 도입한 뒤 면접과 평가에 할애되는 약 7만 시간을 줄였다고 분석했다. 미국 IBM, 일본 소프트뱅크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AI 면접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직원 채용 시 AI 기술을 적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롯데그룹, LS그룹, SK하이닉스, 기아자동차 등 100개가 넘는 기업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대부분 AI 분석 결과를 참고해 심층면접 여부를 가린다. 대기업 인사담당자는 “국내에선 AI가 채용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지만 해외에선 적극 활용한다”며 “서류 검토를 AI가 대신해주면 시간 단축 효과가 크다”고 했다.

직원 부서배치 등 인사 시스템에 AI를 적용하는 사례도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7월 직원 1086명을 대상으로 한 인사에 ‘AI 알고리즘 기반 인사 시스템’을 처음 적용했다. AI가 직원 및 영업점의 요구를 세심하게 반영해 인력을 배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 업무 효율성이 높아졌고, 공정한 인사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올라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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