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라 부르지 마라"…코로나가 앞당긴 '탈통신'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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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0-29 15:12   수정 2020-10-29 15:14

"이통사라 부르지 마라"…코로나가 앞당긴 '탈통신' 행보

"T는 텔레콤 대신 테크 등으로 해석해주면 좋겠다."(구현모 KT 대표·28일 기자간담회)

"T는 SK텔레콤의 T가 아니라 테크놀로지, 투모로우의 T"(박정호 SK텔레콤 사장·27일 T팩토리 소개 간담회)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나가겠다."(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3월 주주총회)
올 들어 국내 이동통신 3사가 '탈(脫)통신' 행보에 적극적이다. 기존 주력 사업인 통신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 수익에 의존해온 이들이 올 들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되는 모습이다.
KT "디지털 플랫폼 기업될 것…2025년 비통신 매출 50% 확대"
29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구현모 KT 대표는 'Digital-X 서밋 2020' 기자간담회에서 신규 B2B(기업 간 거래) 브랜드 'KT 엔터프라이즈'를 공개하고 통신 기반 '디지털 플랫폼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구 대표는 '통신'이라는 의미가 담긴 사명에 대해서 "T에 대한 해석은 텔레콤이 아니라 테크든 다른 더 좋은 단어로든 해석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 대표는 취임때부터 탈통신 사업에 공을 들였다. 지난 2월 구 대표는 내정 이후 첫 공식 일정에서 현대중공업지주, 한국과학기술원(KAIST), 한양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내 산학연 기관과 손잡고 AI 생태계 조성을 위해 'AI 원팀'을 발족하며 비통신 분야 개척에 나섰다. 지난 6월에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과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위해 국내 산업용 로봇 시장 점유율 1위인 현대로보틱스에 500억원 규모의 지분투자 계약을 맺기도 했다.

KT는 다음달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혁신 서비스를 연계한 'KT DX 플랫폼'을 선보이고 B2B 특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 대표는 "(과거)KT는 통신 매출이 100%였던 회사였지만 지금은 비통신 매출이 약 35%(약 5조원)가 된다"며 "미디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플랫폼 부문의 성장을 이뤄 2025년까지 비통신 부문 매출 비중울 50%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SK텔레콤 "'뉴 ICT 컴퍼니될 것'…통일된 CI 준비 중"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2017년 취임때부터 줄곧 '탈통신에 주력하면서 회사를 종합 ICT 회사로 키우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사업 부문을 통신 부문의 무선사업(MNO)과 비무선 신사업 부문의 뉴비즈(New Biz)로 이원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올 들어서 공격적으로 탈통신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초 박 사장은 "SK텔레콤은 이제부터 '뉴 ICT 컴퍼니'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 이사회 회원 자리를 내려 놓기도 했다. 비무선 부문의 신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16일 내비게이션 'T맵'을 담당하는 사업부문을 물적분할 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하고 모빌리티 사업 진출을 선언하기도 했다.

사명변경도 이뤄질 전망이다. 박 정호 사장은 지난 27일 서울 홍대에 마련한 플래그십스토어 'T팩토리' 론칭 온라인간담회에서 "T팩토리의 'T'는 텔레콤의 T가 아닌 '기술(Technology)'과 '미래(Tomorrow)'라는 뜻에서 붙였다"며 "브랜드에 대한 통일된 CI(기업 이미지 통합)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의 신사업 부문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분기 미디어·보안·커머스 등 뉴비즈 핵심 사업 부문의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3.4% 늘었다. 같은 기간 연결 영업이익에서 자회사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15% 수준에서 약 25%로 대폭 확대됐다.
LG유플러스 "종합 ICT 플랫폼 사업자 변신"…계열사 시너지 기대
LG유플러스도 종합 ICT 플랫폼 사업자로 대대적으로 변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이미 10년 전인 2010년부터 탈통신을 염두해 두고 사명을 LG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변경했다. LG유플러스 사명은 고객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면서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의미) 세상을 선도해 나간다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하현회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전통적 통신사업 관점 벗어나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작년말 케이블TV 1위 사업자 LG헬로비전(옛 CJ헬로) 인후 이후 본격적으로 플랫폼 사업자로 발돋움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하 부회장은 "LG헬로비전과 함께 고객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다양한 융복합 서비스를 쉽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며 "종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근 LG유플러스는 5G 시장에서 실감형 콘텐츠 제작 및 보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5G 콘텐츠 보급을 위해 지난 8월 중국 AR 안경 제조사 엔리얼과 함께 'U+ 리얼글래스'도 출시했다. 미국 반도체기업 퀄컴과 캐나다·일본·중국 등 각국 이통사와 함께 5G 콘텐츠 연합체 '글로벌 XR(확장현실) 얼라이언스'도 창립했다.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제작·제공할 콘텐츠를 공유할 계획이다. 연내 경기도 일산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제 2의 'U+AR스튜디오'도 오픈 예정이다.

주력 사업인 통신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 수익에 의존해온 이통사들이 최근 탈통신을 외치는 이유는 통신 시장 정체가 가장 큰 이유다. 2017년 선택약정할인(기존 20%에서 25%로 상향) 및 저소득층 요금감면 등 가계 통신요금 인하 정책으로 이 분야가 더이상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작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주력 부문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자 비통신 부문에서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발굴하려는 것이다. 지난해 5G 상용화 이후 올해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증가한 비대면 서비스 수요도 이런 추세를 가속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및 5G 시대 개막으로 이통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며 "B2B 분야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면서 비통신 분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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