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아내가 사자고 했던 아파트가 7억이 올랐습니다"

입력 2020-10-31 09:05   수정 2020-10-31 14:45

#1. 결혼 7년차를 맞은 김모 씨(43) 부부는 최근 들어 부동산과 관련한 이야기만 나오면 다툰다. 4년 전 아내가 사자고 했던 아파트 값이 7억원 가까이 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남편 김 씨는 “집값이 내리면 어떡하나”면서 매매 대신 전세를 고집했다. 김씨는 “이제 전셋값도 너무 많이 올라 다른 동네 전세를 알아보고 있다”며 “아내가 집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때 왜 집을 사지 못하게 말렸냐’고 화를 내 스트레스가 크다”고 토로했다.

#2. 공기업에 다니는 박모 씨(37)는 요즘 친구가 ‘서울에 집을 사 돈 벌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쓰리다. 박 씨의 친구는 3년 전 마포에 위치한 한 아파트를 사 많은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다. 하지만 그 시기 박씨는 지방 소도시의 한 지사로 발령이 나면서 지방에 집을 샀다. 박씨의 집값은 되레 내린 상태다. 박씨는 “친구와 나는 연봉도 비슷하고 몇 년 간 월급쟁이로 똑같이 일을 해왔는데 서울에 집을 샀다는 이유만으로 평생 가지기 어려운 규모의 자산을 만들었다”며 “요즘은 월급을 받아도 허탈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무주택자는 무주택자 대로, 유주택자는 유주택자 대로 온 국민이 “부동산 때문에 우울하다”며 아우성이다. 집이 있는 사람은 세금 폭탄 때문에 고민이 많고, 집이 없는 사람은 앞으로 내 집 마련을 못할까봐 절망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 문재인 정부가 24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지만 기대보다는 불안과 짜증을 토로하는 의견이 더 많다. 서울 시내 곳곳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부동산 대책 철회하라’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임대차법 고통’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전세 물량 감소에 따른 임대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정부와 여당은 24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대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전세가격 상승이 매매시장에까지 영향을 확대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은 7월 말 전격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시장에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은 집주인 대로 재산권 침해를 주장한다. 전세금을 시세에 맞게 올리지도 못하고 집을 마음대로 팔지도 못하는 세입자의 ‘을’로 전락했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전용 84㎡ 아파트에 전세를 놓고 있는 집주인 정모 씨(45)는 “세입자에게 전세 계약 만료일에 맞춰 집을 비우고 싶으면 이사 비용과 새 집을 얻을 때 필요한 부동산 중개비를 달라고 요청을 받았다”며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된 계약에 따른 절차를 행하는 것임에도 세입자의 과한 요구에 말 한마디 못하고 전부 수락해줄 수 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일반인 뿐만 아니다.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로 '전세난민'이 우려됐던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또한 세입자에게 위로금을 줘 내보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입자는 홍 부총리로부터 이사비 명목의 위로금을 받고 계약 갱신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입자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세입자 입장에선 '2+2년'을 거주하고 난 다음 보증금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불안하다.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빼라'는 집주인의 요구를 받는 세입자도 많다. 사실상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은 역대 최악이라 할 정도로 가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까지 70주 연속 뛰었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전세주택 수급 동향 등도 앞서 비슷한 징후를 보여 줬다. 서민들을 더 옥죄는 것은 전세가 상승보다 전세에서 월세 혹은 전세와 월세가 섞인 ‘반전세’로의 전환이다. 국민은행이 조사한 9월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 상승률을 보면 전월(0.12%)보다 대폭 오른 0.78%로 폭등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이 조사를 시작한 2015년 12월 이래 4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집 한채 가진 게 잘못이냐"
다주택자들은 '세금 폭탄'에 집을 갖고 있기도, 팔기도 어렵다. 그 와중에 정부는 공시가격을 더 올릴 계획이다. 정부는 부동산 공시가격을 시가의 90%까지 맞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서울에서 공시가격 16억원과 24억원 짜리 집 두 채를 보유한 경우 공시가격이 시세의 80%선 까지만 올라도 종부세가 거의 9000만원에 다다른다. 올해 보유세가 3000만원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6000만원가량이 오르는 셈이다.

집을 팔자니 양도차익의 약 58%(양도세 52%+지방세 5.2%)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내년 6월이 지나면 양도세율은 68%로 뛴다.


1주택자도 늘어난 세금에 걱정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공시가격 현실화 조치로 중저가 부동산의 공시가격도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보여서다. 부동산 공시가격이 오르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노령연금 등 60여 개 각종 세금도 함께 뛰게 됐다. 서울 목동에 집을 한 채 보유하고 있는 50대 윤 씨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집을 산 게 잘못이냐”며 “1주택자를 왜 중과세하냐”고 말했다.
고시 합격자도 "서울 내집 마련 문턱서 좌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은 치솟는 집값과 대출 규제에 좌절하고 있다. 대형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페에는 아파트 매매와 관련된 각종 불안감을 호소하는 글들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올라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현재 1만5000여건이 넘는 부동산대책 비판글이 올라와 있다. 대부분이 “왜 집값 폭등을 막지 않느냐”는 분노를 표현한 글이다.

이중 한 청원에서 고시 합격자라고 밝힌 한 30대 수요자는 “일분일초 아껴가며 열심히 일하고 돈을 한푼이라도 아껴볼려고 정말 열심히 살아왔는데 집값을 따라가는 속도를 도저히 따라갈수가 없는 이 현실에 큰 좌절감을 느낀다”며 “일확천금을 노리고자 열심히 공부한 것은 아니지만 서울의 평범한 집을 가지고자 한게 이리 큰 꿈이 될줄은 정말 몰랐다”고 좌절했다.

이번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6억635만원에서 9억2787만원으로 53% 급등했다.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등을 막아버려 현금 부자만 집을 살 수 있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 와중에 정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용대출 등 대부분 가계 대출을 막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이모 씨(33)는 “시장에 전세는 없고, 집을 사려해도 가격은 폭등했는데 대출도 안나온다”며 “청약은 그림의 떡인데 앞으로 주거를 대체 어떻게 해결하라는 말이냐”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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