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승자 명확하면 증시 환호할 것" [조재길의 월스트리트나우]

입력 2020-11-02 08:44   수정 2021-01-31 00:02


안녕하세요. 월스트리트나우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마다 지난주 뉴욕증시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한 주를 조망하려고 합니다.

먼저 지난주 뉴욕 증시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한 주동안 다우지수가 6.5%, S&P 500 이 5.6%, 나스닥이 5.0% 각각 하락했습니다. 월간 기준으로도 지수들이 다 내렸습니다. 다우는 4.6% 떨어졌는데, 3월 이후 가장 큰 폭이었습니다.



지난주엔 몇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었습니다.

▶물 건너간 경기 부양안

먼저 시장이 기다려온 경기 부양책의 대선 전 타결이 사실상 물 건너갔습니다. 미국은 올 상반기에 2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자금을 풀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직후 폭락했던 미국 주식 시장이 급등했던 배경엔 이 돈이 있었습니다. 또 다른 자산인 주택 가격도 역대 최고로 올랐고요.


증시에서도 가장 기다려온 게 이 부양책인데, 대선을 앞두고 추가 자금이 풀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가 결국 무산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에서 이 돈을 풀려면 정부(즉 백악관)과 하원 다수당인 민주당이 합의를 해야 합니다. 양쪽이 서로 네탓 공방만 하다가 계속 미뤄져 왔습니다.

민주당은 추가 부양책이 2조2000억달러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정부는 재정 상황을 고려해 최대 1조8000억달러까지 풀 수 있다고 했는데, 규모뿐만 아니라 집행 분야와 방식을 놓고서도 이견이 적지 않습니다.

사실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입장에선 이 부양책에 빨리 합의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증시가 환호할 만한 호재를 던져주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죠. 현재 지지율에서 앞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이 된 이후에 대규모 부양책을 푸는 게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겁니다.

펠로시 의장이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면, 미국 정부 주장처럼 부양안과 별개로 항공업계 지원이나 중소기업 급여보호 프로그램(즉 PPP) 연장에 합의하지 않을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최고 실적 기록한 빅테크주들

또 지금 3분기 실적을 한창 공개하는 시기인데요, 지난주에 미국 증시를 이끌고 있는 빅테크주들이 일제히 실적을 내놨습니다. 코로나 사태 후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유통이나 검색, 애플리케이션, SNS 같은 플랫폼을 장악한 대형 기술기업들의 독주가 이어졌습니다. 나스닥이 최고 기록을 썼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역시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거나,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공개했습니다. 아마존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7%나 늘어난 매출을 보여줬는데, 3분기 매출이 962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3개월 동안 110조원을 벌어들인 겁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다른 기업들도 최고의 성적을 냈습니다. 올해 4분기엔 상황이 더 좋을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이런 실적 호조가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이 됐고, 미국과 유럽 정치권에서 독과점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점이 반영되면서 실적 발표 후 빅테크 주가가 대체로 약세를 보였습니다.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확산세

사실 지난주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였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확산 속도가 갑자기 가팔라졌습니다. 북반구에 겨울 추위가 다가오고 있는 게 영향을 끼쳤고요, 그동안 각국에서 경제 봉쇄가 반 년 이상 이어져 오다 보니까 긴장감이 좀 느슨해진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에 뉴욕 증시가 급락하고, 공포지수라고 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40을 넘었던 것도 코로나 재확산과 이에 따른 경제 충격 때문이었습니다. 이날 뉴욕 주가가 평균 3% 넘게 떨어졌고, 변동성 지수는 4개월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습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며칠 안에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을 돌파할 겁니다. 확진자가 하루에 50만~60만 명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확산세가 무섭습니다. 미국에선 감염자가 하루 10만 명이 나오기도 했고요, 프랑스 독일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에선 하루 확진자가 지난 4~5월 대비 최고 10배 이상 쏟아지고 있습니다.

코로나와 경제는 직접적인 상관 관계가 있습니다. 이걸 막으려면 효과적인 백신이 보급되거나, 경제를 어느 정도 봉쇄하는 방법 말고는 없는데, 올해 안에 백신이 보급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임상 시험을 거쳐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대량 생산하고 보급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그래서 결국 경제를 봉쇄하면 경제 성장을 희생시킬 수밖에 없지요.

경제 성장에 민간소비가 매우 중요한데(미국에선 GDP 증가율의 약 70% 차지), 경제 봉쇄 후엔 소비가 가장 타격을 받습니다. 2분기 성장률이 미국은 -31.4%, 프랑스가 -13.8%였던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급락 후 급반등했던 미국 GDP

그나마 증시 폭락을 막아줬던 게 지난주 목요일 발표됐던 미국의 3분기 GDP였는데요, 무려 33.1%였습니다. 미국 정부가 분기별 GDP 통계를 1947년부터 냈는데, 역사상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게 연환산 기준인데, 3분기만 놓고 보면 7.4%입니다. 이 숫자도 대단한 것이죠.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환호할 일이 아닙니다. 거의 착시에 가까운 숫자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전 분기 대비로 GDP를 발표했는데, 2분기에 30% 넘게 추락한 데 따른 반작용, 기저효과 덕을 많이 봤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미국 GDP는 오히려 3.5% 줄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4분기입니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소비가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이게 4분기에 다 반영이 되면 3분기에 급반등했던 미국 GDP가 다시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2분기만큼 큰 충격은 아니겠지만요.

그럼 이번주 예정돼 있는 이벤트 및 파장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미국의 미래 경제 좌우할 대선

이번주는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 끼어 있습니다. 바로 3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입니다. 4년 만에 다시 찾아왔는데, 미국의 46대 대통령을 뽑는 날이죠.



동시에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 하원의원 435명 전원을 새로 선출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또 상·하원을 어느 당이 석권하느냐에 따라 향후 미국 경제 향방과 외교·안보 정책이 달라질 겁니다.

트럼프와 바이든 간 경제 정책은 상당히 다릅니다. 둘 다 통화 완화 및 저금리 기조를 선호하지만 조세 정책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트럼프는 추가 감세를 약속한 반면 바이든은 법인세율을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바이든은 구글 페이스북 등 독점적 기술 기업의 시장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도 나설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투표 후 대통령을 확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대선 투표 결과가 박빙으로 나올 경우 두 대통령 후보 모두 불복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내가 선호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되면 불복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대통령 후보 둘 다 같은 심정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의 부정 가능성을 들어서 불복 가능성을 여러 번 시사하기도 했고요.



만약 투표 결과가 나왔는데도 어느 한 쪽이 깨끗하게 승복하지 않는다면, 혼란스러운 미국 정치 상황이 내년 초 대통령 공식 취임일(법적 시한)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들어 트럼프와 바이든 간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면서 이 최악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더 커졌습니다. 그럼 시장이 기다려온 대규모 부양책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 글로벌 경기 회복까지 더디게 만들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4분기 중 다시 고꾸라지면 그동안 여러 차례 얘기했던 더블딥이 현실화하는 겁니다.

반대로 누구든 승자가 명확하게 갈리면, 증시엔 긍정적입니다.

▶미국 실업률 하락세 더뎌지나

이번주에는 중요한 경제 지표도 발표됩니다. 가장 중요한 게 실업률인데요, 금요일 아침에 미 노동부가 10월 실업률을 공식 발표합니다.

실업률은 미 중앙은행(Fed) 및 정부가 가장 예의주시하는 지표입니다. 이게 높으면 재정을 쏟아 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기 때문이죠.



Fed는 지난 8월에 평균물가목표제(AIT)를 도입했는데, 물가 정책의 틀을 바꾼 건 30여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물가상승률이 관리 목표인 2%를 넘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인데, 중앙은행의 2대 목표 중 하나인 물가 안정보다 완전 고용을 추구하겠다는 걸 확실히 한 겁니다. 중앙은행이 고용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가 잘 드러난 사례입니다.

미국 실업률은 코로나 사태 이전이던 올 2월만 해도 3.5%였습니다. 이 정도면 완전 고용 상태이죠. 그러다 4월 14.7%까지 뛰었습니다. 이후 서서히 낮아져서 지난달 7.9%까지 떨어졌는데 하락폭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시장에선 지난달 실업률이 7.7% 정도로 조금 낮아지는 데 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Fed는 지난 8월 미국 실업률이 연말엔 7.6%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지금과 같은 코로나 재확산세를 충분히 예상하고 반영했는 지는 모르겠습니다.

미국 일자리는 올 3, 4월 두 달동안 총 2200만 개가 사라졌는데, 지금까지 회복한 숫자는 1260만 개입니다. 아직도 절반 정도 일자리가 없어진 상태라는 것이죠.

증시에선 두 가지 방향성이 있을텐데, 하나는 이 일자리가 다 회복될 때까지 초저금리가 계속되고 부양책이 이어질 것이란 점입니다. 이건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다른 하나는 고용이 회복되지 않으면 실물 경기가 정상화하지 못할 것이란 겁니다. 이건 부정적인 부분입니다. 최근 증시 약세엔, 후자 쪽에 방점을 맞춰졌던 이유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나지 않은 실적 시즌

이번주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계속됩니다. 사실 뉴욕 증시엔 상장 기업들이 워낙 많고, 또 회계연도 기준이 제각각이라 실적 발표는 연중 내내 이어집니다.



지금 3분기 실적을 공시하고 있는데, 어떤 기업은 1분기이고 어떤 기업은 4분기이고 그렇습니다. 보통 가장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목요일에 실적 공개를 가장 많이 하고, 금요일엔 제일 적습니다. 다만 이번주엔 대선이 있어 어떤 발표를 해도 크게 관심을 끌긴 어려워 보입니다.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는 목요일에 발표하는 제너럴모터스(GM)가 있습니다. 자동차는 대표적인 제조업종인데, 항공과 달리 코로나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코로나 초기만 해도 공장도 다 문을 닫아서 최악의 실적을 낼 수밖에 없었는데요, 소비자들이 대중 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오히려 자가용 구입을 늘리면서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습니다. 지금은 방역 조치를 하면서 공장도 100% 돌리고 있고요.

GM의 3분기 실적도 최고 수준을 회복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포드가 지난주에 먼저 3개월치 실적을 내놨는데, 영업이익률이 5년만에 최고인 9.7%에 달했습니다. 북미 지역만 놓고 보면 영업이익률이 12.5%나 됐습니다.

같은날 차량호출 업체인 우버가 실적을 공개하는데요, 재미있는 회사입니다. 코로나로 주력인 차량호출 서비스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이걸 음식배달 서비스로 만회하는 중입니다.


한쪽은 대면 경제, 또 다른 쪽은 비대면 경제 서비스를 하는 겁니다. 미국 음식배달업 1위는 도어대시인데, 2~3위를 우버이츠와 그럽허브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우버이츠가 최근에 그럽허브를 인수하려다 독과점을 우려한 당국 제지로 실패했는데, 그래도 이쪽 실적은 좋을 것 같습니다. 우버이츠는 여기 현지서도 우버 고객들을 대상으로 몇십달러짜리 쿠폰을 뿌리면서 매우 공격적으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이번주에 퀄컴, 페이팔, 시스코, 고프로, 알리바바(미국 상장) 등 IT(정보기술) 기업들이 실적을 공시하고, 허츠(렌터카) 익스피디아(여행) 하얏트호텔(접객업)처럼 코로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기업들도 3분기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종목별로 희비가 많이 엇갈릴 것 같습니다.

▶힘 잃은 파월 Fed 의장의 입

다른 이벤트로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있습니다. 대선 직후인 4일과 5일 이틀간 열립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5일 기자회견에도 나섭니다. Fed 이벤트는 증시가 항상 주목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습니다. 일단 금리의 변화가 없을 게 확실하고, 추가적인 정책을 내놓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다만 Fed가 자산매입 속도를 조금 높이는 방안을 시사할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Fed는 지금 매달 국채를 800억달러, 주택저당증권(MBS)를 400억달러, 합해서 월 1200억달러씩 매입하고 있는데 경기가 좋지 않으니 이걸 조금 더 매입하거나 추가 연장하는 걸 검토하겠다는 식의 발언을 하면 시장이 반길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FOMC 회의에서 Fed는 이 대규모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일단 수 개월 더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이번주 뉴욕 증시에 영향을 끼칠 만한 이벤트 위주로 살펴봤습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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