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불황' 일본 산업계, 사업재편으로 버텼다

입력 2020-11-03 16:43   수정 2020-11-04 02:22

일본 시코쿠(四國) 고치현의 도사전기철도, 고치현버스, 도사덴드림서비스 등 세 교통회사는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저출산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이고 있었다. 일본의 지방 인구가 갈수록 줄면서 1990년대부터 세 회사의 버스·노면전차 사업의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경영난이 더욱 악화되면서 급기야 노후 차량을 교체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게 됐다. 이들은 서로 합병을 원했지만 까다로운 각종 인허가 절차에 가로막혀 속만 끓이고 있었다.

세 회사를 살린 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재편 지원이었다. 정부는 세 회사의 빚 경감을 돕고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신생 회사에 10억엔을 출자했다. 합병회사 설립과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따른 세금도 확 깎아줬다. 이 같은 조치에 힘입어 2014년 10월 탄생한 도사덴교통은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새 차량을 도입하는 등 성공적인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본 경제가 수십 년간 이어진 불황에도 쓰러지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로 정부의 적극적인 사업재편 지원을 꼽는다. 내수 위축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새 먹거리를 찾을 수 있게 되면서 경제 전체에 숨통이 트였다는 것이다. 일본은 1999년부터 인수합병(M&A) 등 사업구조를 변경하거나 생산 효율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기업들에 각종 채무보증 등을 서고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사업재편에 성공한 기업은 서른 곳이 넘는다.

성공적으로 사업 체질을 바꾼 기업도 많다. 학습교재 회사인 일본표준은 일본 초등학교 교사들이 사용하는 교육용 교재를 판매하는 연매출 80억원의 중소기업이다. 1950년 문을 연 이 회사는 일본 내 초등학교 평가교재 시장에서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당초 일반 교재를 판매하던 이 회사는 시장 포화 및 저출산, 개인정보 보호 정책 강화로 인한 방문판매 금지 등의 여파로 경영난을 겪었다. 일본표준이 찾은 돌파구는 교육용 교재였다. 회사는 이를 위해 인력 구조조정 및 신사업 투입 비용에 대한 정부의 채무 보증을 신청했고, 이를 통해 성공적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할 수 있었다.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성과도 거뒀다.

일본에서는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정부의 사업재편 지원을 받고 있다. 미쓰비시와 히타치제작소가 대표적 사례다. 두 회사는 정부 지원을 받아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00년 제철·기계사업을 완전 통합했다. 2011년에는 수력발전 설비사업을, 2015년에는 원자력발전을 제외한 발전플랜트사업도 통합했다. 2015년 통합 당시 이들의 매출은 20조원 규모로, 독일 지멘스(38조원)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33조원)에 견줘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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