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 3법 철회" 호소에도…與, 또 의견만 듣고 끝냈다

입력 2020-11-03 21:31   수정 2020-11-04 02:32


“대통령이 생각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이 목표를 이루려면 기업에 방법을 물어봐야 합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규제 3법’ 공개토론회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공정경제 태스크포스(TF)’와 대한상공회의소가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됐다.

지금까지 열린 간담회와 달리 이날 정치권과 경제계 인사들은 뒤로 물러났다. 대신 대한상의와 민주당이 내세운 전문가들이 논의를 주도했다. 법리적인 측면까지 고려해 기업규제 3법에 문제가 있는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3%룰’ 논란 뜨거워
이날 간담회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하는 1세션과 공정거래법을 다루는 2세션으로 나눠 진행됐다. 1세션의 쟁점은 ‘3%룰’이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해야 한다.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모두 합산해 총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한상의 측 전문가들은 3%룰이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으며 3% 기준이 적절한지도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룰은 주주의 권한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주가 자신이 원하는 이사를 마음대로 못 뽑는다는 것으로, 납득하기 힘들다”고 했다. 정우용 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지난달 사모펀드가 지분의 25%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한 곳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사모펀드가 특수목적법인(SPC) 5개를 만들어 반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3%룰까지 도입되면 이 같은 경영권 침해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측 전문가들은 3%룰이 도입되면 외부 세력이 기술 탈취를 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나치다고 강조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미국엔 헤지펀드가 추천한 사외이사가 매년 100명씩 나오지만 이들이 회사 기밀을 빼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세션에선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내부거래 규제 확대’를 둘러싼 공방이 뜨거웠다. 개정안은 총수 일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와 비상장사, 이들이 5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등을 일감 몰아주기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의 측 전문가인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등 현행 규정을 활용해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당 내부거래를 막을 수 있다”며 “다른 나라들도 이 문제를 공정거래법과 같은 경쟁법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 교수는 정책의 일관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문제의 본질은 정부 정책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 기준이 총수 일가 지분율 30%에서 20%로 내려가면 10%로도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 측 전문가로 나선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은 “여러 재벌이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법으로 식자재 공급과 같은 중소기업 일감을 자회사에 몰아주고 있다”며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계 호소에 귀 닫은 여당
여당인 민주당은 기업규제 3법과 관련해 “재계 입장을 수렴해 대안을 함께 찾겠다”면서도 이번 정기국회 내 법안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은 그동안 공정경제 3법과 관련해 여러 경제단체를 만나 의견을 수렴해왔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차질 없이 처리하겠다”며 법안 처리 시한을 이번 정기국회로 못 박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가능하면 이달 안에 공정경제 3법을 포함한 주요 법안들을 처리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경제계는 거대 여당이 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기식으로 법안 처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를 지켜본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구에 대해서도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요식행위처럼 의견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송형석/김소현 기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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