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외국기업 지주사 투자 주의"

입력 2020-11-04 17:02   수정 2020-11-05 00:45

금융당국이 국내 증시에 지주회사 형태로 상장한 외국 기업에 대한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겉보기엔 우량한 재무제표와 달리 실제 재무상태가 나빠 상장폐지 등 투자자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국내에 상장된 외국 기업 36개 중 25개가 역외지주사 형태로 주식을 상장했다. 역외지주사는 본국이나 해외 증시 직접 상장이 어려운 중·소규모 기업이 홍콩이나 케이맨제도 등에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을 뜻한다. 해외 증시 상장 규제가 강한 중국 기업들(25개 중 24개)이 주로 이런 형태로 국내 증시에 상장했다. 그런데 이들 중국 기업 중 12개가 분식회계와 자금난 등으로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상장폐지된 14개 외국 기업 중 12개가 중국 기업의 역외지주사였다.

당국은 역외지주사 특유의 ‘연결재무제표 착시’ 현상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역외지주사는 본국의 사업자회사를 포함한 전체 연결회사의 재무제표를 공시한다. 그렇다 보니 투자자가 역외지주사의 자체 수익구조나 유동자산 현황 등 상환 능력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5월 상장폐지된 차이나그레이트는 연결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이 5000억원이 넘었지만 254억원의 전환사채(CB) 원금을 갚지 못해 감사인으로부터 ‘의견 거절’을 통보받았다.

역외지주사는 본국 사업자회사에서 자금을 수혈받는 것 또한 여의치 않다. 중국은 해외 지주사에 자금을 보내려면 외환당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등 외환거래 규제가 매우 까다롭다. 한국에 상장한 역외지주사가 한국 시장에서 조달한 유상증자·CB 발행 대금을 중국에 보내는 것은 쉽지만 거꾸로 중국에서 자금이 역외지주사로 흘러들어가긴 어렵다는 얘기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6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을 개정해 외국 기업 지주사 상장은 지주사가 한국에 있는 경우에만 허용하기로 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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