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수제맥주 잔치'…올해 500% 高성장

입력 2020-11-04 17:19   수정 2020-11-05 01:19

편의점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은 주중 5일 가운데 최소 하루는 ‘골맥(골뱅이+맥주)’을 즐긴다. 본사도 ‘골맥의 성지’로 불리는 을지로에 있다. 올초 생맥주에 매콤한 골뱅이 안주를 즐기던 팀원들의 뇌리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꽂혔다. ‘골뱅이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세븐일레븐은 곧바로 골뱅이 가공캔 분야 1위인 유동, 맥주 양조 벤처기업인 ‘더쎄를라잇브루잉’과 협업에 돌입했다. 그 후 6개월 만인 4일 세븐일레븐은 ‘유동골뱅이맥주’를 출시했다.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븐일레븐, GS25, CU 모두에서 판매 증가율이 500% 안팎에 달할 정도다. 대형마트가 들여 온 1만원에 4캔짜리 수입 맥주가 40대 이상 ‘아저씨’들에게 먹혔다면 국산 수제 맥주는 편의점에 익숙한 2030 세대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벌써 2000억원대 시장으로

수제 맥주의 가장 큰 특징은 ‘다품종 소량생산’이다. 연 생산능력 5~120kL 미만 규모(주세법 기준)의 중소형 양조장이 다양한 제조법으로 내놓은 개성 있는 제품들이다. 세븐일레븐의 ‘골뱅이맥주’는 맥주의 원재료인 홉을 좀 더 강하게 볶아 달짝지근한 맛을 내는 데 주력했다. 매콤한 골뱅이 안주와의 조합을 위해서다.

전문 펍에서나 맛볼 수 있던 수제 맥주가 2~3년 전부터 편의점의 간판 상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곰표 밀맥주’에 이어 ‘말표 흑맥주’를 선보인 CU의 올 1~10월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546%에 달한다.

세븐일레븐에선 수제 맥주의 ‘폭발’에 힘입어 국산과 수입 맥주의 판매 비중이 역전됐다. 올 1~10월 전체 맥주 판매는 6.2% 증가했는데 국산은 28.6% 늘었다. 이 중 수제 맥주 판매 증가율이 492.4%에 달했다. 같은 기간 수입 맥주 판매량은 14% 감소했다.

GS25에선 전체 캔맥주 중 ‘광화문’ ‘경복궁’ 등 수제 맥주 5종 판매 비중이 올 10월 말 기준으로 8.8%까지 올라왔다. 지난해 말 2.1%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880억원대였던 수제 맥주 시장이 연말 2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주세법 개정으로 ‘반사 이익’
수제 맥주가 편의점을 중심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집콕 현상’과 무관치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회식 문화가 위축되면서 집과 가까운 편의점 등에서 ‘개성 있는 맥주’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편의점 세대’로 불리는 20~30대가 편의점 수제 맥주의 최대 수요층이다. CU에서 국산 맥주를 구입하는 20대 중 절반(52.4%)은 수제 맥주를 고를 정도다. 50대 이상으로 올라가면 국산 중 수제 맥주를 선택하는 비중이 1.7%로 뚝 떨어진다.

수제 맥주는 다품종, 소량생산이 특징으로 편의점 자체 상표(PB) 상품에 적합하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만 해도 대량 판매를 위한 유통 채널이다. 대형마트에 중소형 양조장과 연계한 PB 맥주는 아직 없다.

유통업계에선 52년 만에 바뀐 주세법도 수제 맥주 돌풍에 큰 몫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월 개정된 주세법의 주요 내용은 지난 7월부터 주세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꾸고, 내년 1월부터는 주류 위탁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다. 편의점 관계자는 “주세가 종량세로 바뀌면서 수제 맥주 등 국산 맥주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위탁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수제 맥주 공급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BBQ에 이어 교촌 같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자체 상표 수제 맥주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이면 수제 맥주 시장이 3000억원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5조원 규모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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