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경제교육을 소홀히 한 대가

입력 2020-11-05 17:00   수정 2020-11-06 00:06

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최근 수능을 포함한 대입 체제는 큰 혼란을 겪었다. 여하튼 대입에서의 수능 반영 비중은 가시적으로 커지고, 내년부터는 명목상 문과·이과 구분 없는 수능이 시작될 것이다. 문·이과 구분이 없다는 것은 이미 유형 구분 없이 통합된 국어에 이어 수학도 모든 응시자들이 같은 문제를 풀고 예전에는 문과는 사회탐구 영역에서, 이과는 과학탐구 영역에서 두 과목씩 선택하던 것을 영역 상관없이 두 과목을 선택하게 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통으로 푸는 수학 문제 외에 선택하는 수학 과목이 있고, 상위권 대학 이과 계열에서 요구하는 선택 수학 과목 및 과학탐구 과목이 정해져 있다 보니 통섭적 인간 육성을 위해 문·이과 구분을 없앤다는 수능 개편 취지는 시작도 하기 전에 무색해졌다.

문·이과 구분 없이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하는 지식은 무엇일까. 국어, 수학, 영어에는 오래된 동의가 있고 한국사도 수능 필수 과목이 됨으로써 인정받은 셈이다. 필자는 그 외에 경제 지식도 어느 정도 반드시 학습돼야 한다는 주관적이지만 강력한 견해를 갖고 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인의 삶이 경제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 경제의 기본 원리를 사회생활을 하며 좌충우돌 습득할 수도 있겠지만 학교에서 배운다면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투표권을 행사하는 시민으로서 경제 정책을 판단하는 식견은 필수적이다. 목표가 선하지 않은 정책은 없다. 특히 경제와 관련된 정책은 그것이 의도대로 실현될 것인지, 계획이 타당한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읽어낼 수는 있어야 한다. 이 때문에 198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스티글러는 “모든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경제학자가 돼야 한다”고 단언한 바 있다.

올해 수능 신청자(49만3433명) 중에 경제 과목에 응시한 학생은 1.3%(6480명)에 불과하다. 경제 과목이 포함된 사회탐구 전체 응시자 중에서는 2.5%로, 사회탐구 9과목 중 응시자 비율이 가장 낮다. 수능을 보는 사람이 이렇게 적으니 고등학교 현장에서 경제 교육이 활발할 수가 없다.

필자가 홍진주 광덕고 교사와 함께 전국 고등학교 1758개(특성화고 및 예술 계열 특목고 제외)를 전수조사하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이 시작되는 2학년에 경제 과목이 개설된 학교는 27.4%에 불과했다. 그나마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학생의 과목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늘어난 수치다. 개설된 학교에서도 한두 학급 규모로만 경제가 개설됐다. 개설된 경우를 포함해 경제 과목이 선택 가능한 학교 비율도 36%에 그쳤다. 문과 학생의 상당 비율이 일차적으로 대학 상경계 학과를 희망하는 것과 괴리가 크다.

경제 과목을 가르치는 고등학교가 적은 것보다 더 염려스러운 것은 경제 교육이 불균등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개설되는 것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경제를 가르칠 교사의 존재 여부였다. 그리고 경제를 가르칠 수 있는 교사는 사립 및 자율고에 상대적으로 더 존재했다. 또 고등학교가 서울 및 대도시에 있거나 학생 수가 많은 학교일수록 경제 과목 개설의 가능성이 높았다. 더욱이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에서 경제 과목이 더 많이 개설됐다. 소득 수준은 시·군·구 단위의 가구당 지방소득세로 측정했는데, 다른 조건이 다 같더라도 소득 수준이 다르면 경제 개설 가능성이 다르게 나타난 것이다. 여고는 남고나 공학에 비해 경제 과목 개설 가능성이 낮았다.

대부분 사람에게 일생의 마지막일 수 있는 경제 교육이 소수에게, 그것도 편중돼 이뤄진다는 것은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가능성 자체가 균등하지 않은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개인적으로 더 풍요로운 삶을 위해서도 경제를 알아야겠지만, 더 많은 국민이 경제에 대해 이해할수록 더 타당하고 신중한 경제 정책이 제시되지 않을까. 고등학교 경제 교육에 사회의 관심을 호소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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