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수사 나선 檢…감사원이 놓친 '흔적' 찾을까

입력 2020-11-05 17:29   수정 2020-11-06 01:34


검찰이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5일 이례적으로 대규모 동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대전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세종시의 산업통상자원부, 경북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대구 한국가스공사 등을 샅샅이 수색했다. 대상엔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을 지낸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의 집무실, 산업부 실무자의 서울 자택과 휴대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원전업계 일각에선 검찰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청와대까지 겨냥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감사보고서에서 “채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청와대 개입 여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한계 드러낸 감사원의 탈원전 감사
검찰은 지난달 20일 감사원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보고서를 발표한 뒤 보내온 감사 자료를 바탕으로 수사의 밑그림을 그렸다. 해당 보고서는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의 주요 근거였던 경제성 평가가 불합리하게 저평가됐다고 결론내렸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이 “월성 1호기 가동을 즉시 멈추는 쪽으로 하라”고 위법한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산업부 공무원들이 평가를 맡은 회계법인을 압박해 경제성을 억지로 낮췄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다만 청와대의 책임에 대해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관계자들에게도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만 내렸다. 백 전 장관 등 관련 고위관계자들에 대한 처벌은 재취업을 금지하는 등 경미한 수준에 그쳤고, 감사 과정에서 문서 444건 등을 삭제한 관련 공무원 두 명에게만 징계를 요구했다. 직접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1년 넘게 월성 원전을 감사하면서 수집한 ‘수사 참고 자료’를 수사기관에 넘기기만 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채희봉 당시 비서관이 장관 결재를 받아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 중단하는 쪽으로 보고하라고 행정관을 통해 산업부에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형사 고발도 검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종 감사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빠졌다. 정치권에서는 최 원장이 친여권 성향 감사위원들에게 가로막혀 뜻을 관철시키지 못했다는 말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증거 및 진술만으로도 관련자에 대한 법적 처벌이 일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과정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및 업무방해가, 증거 인멸에 대해서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이 적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검찰, 청와대 정조준하나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관건은 증거 확보다. 관련 사건이 발생한 지 2년여 뒤 수사가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이 유의미한 증거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련자들이 적극적인 증거 인멸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미 산업부는 담당 공무원이 감사 당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 숨어 들어가 다른 직원 컴퓨터에서 관련 자료 444건을 몰래 삭제했던 전력이 있다. 이 과정에서 포렌식을 어렵게 하는 삭제 방법도 동원됐다. 이날 검찰의 저인망식 압수수색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 확보 가능한 모든 자료를 미리 쌓아두고, 이를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게 가장 효과적일 수 있어서다.

검찰이 진실 규명에 성공하려면 정부와 여권의 조직적 저항을 뚫어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산업부는 감사보고서 발표 뒤 일관적으로 “경제성 평가를 조작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경제성 평가는 여러 방법과 변수에 따라 달라지는데 적절한 절차와 규정, 행정지도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와 여당은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대해 감사·수사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4일 “국가 에너지 정책을 경제성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난센스 같은 일”이라고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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