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약한 대통령' 될 가능성…갈라진 미국 상당기간 통합 어렵다"

입력 2020-11-06 17:16   수정 2020-11-07 04:55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사회학 교수·사진)은 미국 대선이 혼돈에 빠져든 데 대해 “누가 돼도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소장은 5일(현지시간)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에서 지더라도 쉽게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신 소장은 정치사회학, 국제정치학 분야에 정통한 재미 석학으로 2001년부터 스탠퍼드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번 대선 결과를 총평하면.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경기 하강, 인종 갈등 등 때문에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치러졌는데 가까스로 이길 것으로 보인다. ‘반(反)트럼프’ 연대를 빼고는 메시지가 약했고 캠페인 전략도 마찬가지였다. 반면 트럼프는 이기는 게 거의 불가능한 선거에서 선방했다. 그동안 우편투표를 사기라고 주장했는데, 이런(소송전으로 가는) 상황을 미리 셋업해 놓은 거다. 결국 트럼프가 말한 시나리오대로 온 것이다.”

▷트럼프가 여론조사보다 선방한 건 ‘샤이 트럼프’ 위력인가.

“그런 측면도 있지만 지지자들의 결집도 중요했다. 바이든은 선거기간 내내 마스크를 쓰고 온라인 중심으로 조심조심 선거운동을 했다. 트럼프는 마지막 2주간 ‘폭풍 유세’를 했다. 막판 결집하면서 현장투표에서 이긴 것 같다.”

▷코로나 사태에도 트럼프가 박빙 승부를 펼친 배경은.

“전략도 있지만 정치적 양극화가 상당히 더 고착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지지층에겐 팬데믹이든, 인종 차별이든,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마스크 착용 문제만 해도, 트럼프 골수 지지층은 마스크 착용은 개인의 자유라고 본 것이고 트럼프가 그런 미국의 핵심 가치를 지키는 인물로 인식된 것이다.”

▷트럼프가 소송전에 들어갔는데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 최근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을 임명한 게 트럼프로선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든 쪽도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대법원 소송서 패했던) 2000년 트라우마와 학습효과가 있다. 민주당이 그때는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번엔 법률팀을 미리 준비했고 강하게 대응할 것이다.”

▷내전 수준으로 충돌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충돌하더라도 산발적일 것이고 내전 수준은 아닐 것이다. 일단 대법원으로 가서 (싸움을) 할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지면 끝까지 승복을 안 할 수 있다는 거다. 질 경우엔 깨끗하게 승복해야 통합이 될 텐데, 트럼프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분열을 극복할 수 있을까.

“누가 돼도 앞으로 4년은 힘들 거다. 트럼프가 질 경우 ‘미국을 위해 새로운 대통령을 응원하자’고 지지자들에게 말해야 하는데 ‘사기 때문에 졌다’고 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사회통합이 어렵다. 게다가 바이든은 약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은 자신만의 핵심 아젠다가 있다기보다는 반트럼프 연대에서 가장 당선 가능한 주자로 민주당 기득권이 세운 후보다. 이번에 공화당이 상원을 수성하고 하원에서 약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또한 바이든에게 제약이 될 수 있다. 바이든은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커서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쪽에서도 차기를 준비할 것이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의회 내 영향력을 발휘하려고 할 것이다.”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는 어떻게 될까.

“한·미동맹은 정상궤도로 가겠지만 대북정책은 문제가 될 수 있다. 바이든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국내 문제 때문에 여력이 없을 것이다. 또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려 할 것이다. 바이든이 새로운 팀을 짜고 정책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북한이 미사일 실험 등으로 새 행정부를 시험하려고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내년 상반기 정도까지 상황 관리를 잘해야 한다.”

▷바이든이 돼도 ‘쿼드’를 계속 추진할까.

“재검토할 것이다.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안보회의체 쿼드는 사실상 일본 아이디어로 중국을 견제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든은 중국을 다루기 위해 한·미·일 공조를 강조할 것이다. 전통적인 우방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국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확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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