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파티 끝나나…금리가 오르게 될 3가지 시나리오[노경목의 미래노트]

입력 2020-11-07 06:30   수정 2020-11-07 12:05


평균 가격 10억원을 돌파한 서울 집값부터 분할 전 '이천슬라'를 찍었던 테슬라 주가까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에도 글로벌 자산가격이 급등하는 기저에는 넘쳐나는 돈이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각국 중앙 정부가 재정을 쏟아붓는 가운데 중앙은행들도 잇따른 금리 인하로 호응하고 있다. 선진국들 사이에서 0%에 근접한 금리는 어느새 일반화됐다.

하지만 이같은 금리가 상승세로 전환하는 시점이 오면 어떨까. 자산가격은 물론 실물 경기 전반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금리 급등에 기업들이 도산하고 주택이 헐값에 쏟아져 나왔던 외환위기의 고통이 재연될 수도 있다.

물론 미국 중앙은행(Fed)나 한국은행도 이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만큼 당분간 금리를 올리는 결정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올려야만 하는 상황이 올 때다.

코로나19 타격에서 회복이 되지 않고 실물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는 시나리오들을 모아봤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온다면
첫번째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만 상승하는 경우다.

코로나19가 물러가거나 확진자 증가세를 일정 선에서 관리하는데 성공하면 소비가 증가세로 돌아서며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이미 막대하게 풀린 돈이 만나면서 물가 상승률은 치솟을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물가 상승에도 기업들의 이익률 개선이나 실업률 하락은 이뤄지지 않을 때다.

9월 5일 '미래노트'에서 살펴봤듯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저금리 환경은 과거 위기와 정반대로 한계 기업들의 생명을 연장시키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사라진 뒤에도 전반적인 기업 수익과 고용을 발목 잡을 가능성이 높다.

저금리를 유지하려니 물가 상승이 부담스럽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에 신경을 써야 하는 딜레마에 중앙은행이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딜레마에서 대부분의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는 쪽을 선택했다.

1979년 11.2%였던 기준 금리를 3개월만에 연 14%대까지 올렸던 Fed의 조치가 대표적이다.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세계는 오일쇼크로 에너지 조달비용 증가로 물가가 올라가는 가운데 장기간의 경기 침체에서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었다.

1970년대말 연 11%에 이른 물가 상승률이 14%까지 이르자 당시 Fed 의장이던 폴 볼커는 초고금리 정책을 썼다. 물가는 이내 3~4%로 떨어졌지만 기업 도산도 늘어나며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계기업들이 대거 정리되고 인플레이션이 잡히면서 이후 장기호황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률과 물가상승율이 함께 떨어진 침체가 물가만 홀로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전환하면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이라는 본연의 목표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달러화 약세가 계속된다면
두번째는 미국이 달러화 약세를 더이상 용인하기 어려운 시점에 이르는 경우다.

2020년의 막바지로 접어들수록 코로나19에 따른 미국과 중국 경제의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중국은 3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며 위안화 역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미국은 Fed가 회사채까지 매입하는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내놨음에도 GDP 증가율이 4% 이상 뒷걸음질치는 것으로 올해를 마무리할 전망이다. 이와중에 시중에 풀린 돈의 규모에 따라 달러화 가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중국에 투자하면 성장의 과실에 더해 위안화 가치 상승에 따른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정반대다. 자금이 어느쪽으로 흐를지는 뻔하다.

달러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도 하락이 미국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공격적인 재정 정책으로 국채 발행이 늘어나며 국채 가격이 떨어지는 가운데 달러화 가치까지 하락하면 미국 정부 입장에서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0.00~0.25%에 불과한 미국의 초저금리가 장기화되면 달러화 패권은 물론 정부 재정 운영까지 흔들 수 있다. 성장률을 끌어올려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는 힘든 가운데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더라도 Fed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는 요인이다.
돈풀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면
한국 투자자들이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보다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더 챙기는 시대지만 한국의 내부적인 이유로 금리가 상승 반전될 가능성도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적자 국채 발행 증가다.

어떤 재화든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진다. 국채 역시 발행량이 늘면 그 값은 떨어지고 이는 국고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정부가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을 포함한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때 관련 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다.

문제는 국고채 금리에 기업 대출을 비롯한 은행 금리가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발행물량 증가에 따른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이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30조원대였던 적자국채 발행은 올해 104조원으로 급증했으며 내년에도 9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여기에는 한국은행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안전장치가 있다. 늘어난 국채가 시장에 흘러들지 않고 한국은행에 고여 있게 되면 국채발 금리 상승도 막을 수 있다. 한국은행이 어디까지 이를 받아 안을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할 문제지만 말이다.
단기간에 현실화되지는 않겠지만
물론 여기서 제시한 시나리오가 단기간 내에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여전히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고, 최근 나타난 위안화 쏠림 현상이 기축통화국으로서 미국의 위상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금리가 세계 금융사로 보면 상당히 특이한 시점이라는 것은 인식해야 한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문제점이 이론적으로나 실증적으로나 증명되고 있는 가운데 제로 수준에 다다른 금리가 움직일 수 있는 방향은 하나 밖에 없다. 초저금리 시대는 언젠가 막을 내릴 것이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경제 파급도 달라진다.

코로나19는 결국 지나갈 것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여러 경제 현상이 금리를 비롯한 경제 구조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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