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현실화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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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08 16:51   수정 2020-11-09 06:32

원·달러 환율 1000원 붕괴…현실화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1300원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하락해온 원·달러 환율이 제46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하락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권력 교체기에 있는 만큼 ‘앞으로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데는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 내부 요인만 따진다면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올랐어야 한다. 지난 3월 이후 달러예금잔액이 꾸준히 늘어난 데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도 바이든 후보의 당선 윤곽이 잡히기 직전까지 순매도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부 요인 중 가장 큰 것은 미국에서 제공되고 있다. 머큐리, 즉 펀더멘털 요인은 지난 3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이 33.1%로 급반등했지만, 2분기 -31.7%로 추락한 것에 따른 기조 효과로 달러 가치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경기가 불확실한 점을 들어 미국 중앙은행(Fed)도 제로 금리를 2023년 말까지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마스, 정책 요인에 있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공약사항인 무역적자 줄이기를 위해 달러 약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 등 경쟁국이 종전처럼 ‘환율전쟁’보다 ‘탈(脫)달러화’로 대응해 오히려 달러 위상마저 떨어지는 악순환 국면에 빠졌다.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환율은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이어서 이 국면에서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빠르게 절상되는 것도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또 다른 외부 요인이다. 홍콩 시위 사태 이후 달러당 7.5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이달 들어서는 6.6위안대로 절상됐다. 미국과의 이해관계를 잘 반영하는 ‘스위트 스폿(달러당 6.8~7위안)’의 하단이 힘없이 무너지자 인민은행조차도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중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이 위안화 가치가 절상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발병 발원지’라는 오명을 극복하고 경제활동 재개 등을 신속하게 결정하면서 경기가 ‘V’자형(1분기 -6.8%→2분기 3.2%→3분기 4.9%) 반등에 성공했다. 디지털 위안화 발행, 페트로 위안화 결제 등으로 위안화에 대한 국제 위상도 높아지는 추세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바이든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점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할 경우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부담으로 달러 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점을 겨냥해 환투기 세력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글로벌 투자은행(IB)을 중심으로 위안화 가치가 6위안 선 밑으로 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가 어떻게 될 것인가’도 앞으로 원·달러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요인이다. 스가 요시히데 신정부가 출범한 이후 아베노믹스를 계승한다고 선언했지만 통화 가치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인위적인 엔저 유도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대부분 예측기관은 스가 정부 들어 일본 경제는 다시 어려워지고 엔화 가치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 정부도 국제통화기금(IMF)이 허용하는 ‘스무딩 오퍼레이션’ 차원 이상의 외환시장 개입은 자제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보호주의를 지향하는 미국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가 과도하게 외환시장에 개입할 경우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이 트럼프 정부 때보다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경제 위상에 맞게 내수를 키워야 하는 우리 경제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것을 용인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종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될 소지가 남아 있지만,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 국내 달러 투자자와 기업인은 원·달러 환율이 의외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에 대비해 놓아야 한다. 위안화와 원화 간 동조화 계수(코로나 사태 이후 0.7 내외)와 바이든 후보의 당선 윤곽이 잡히자 제시된 5위안대 예상치를 토대로 원·달러 환율을 추정해보면 1000원 밑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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