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美·中 관계에 대한 리콴유의 통찰

입력 2020-11-09 17:37   수정 2020-11-10 00:27

중국을 공부한 지 40년이 됐지만 아직 잘 모르겠다. 1980년대에 중국공산당 이데올로기와 개혁개방의 연관성을 주제로 학위논문을 썼지만 중국은 알기 어려웠다. 사회주의와 자본주의가 섞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은 내게 늘 더 알고 싶은 대상이다.

20년 전쯤부터 미·중 관계에 관한 각국 전문가의 글을 많이 봤다. 새롭게 눈을 뜨기도 했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실망하기도 했다. 그러다 리콴유(李光耀)의 관점을 접하고 크게 공감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이자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싱가포르의 국부다. 그는 미국에서나 중국에서나 모두 환영받았다. 두 나라를 방문할 때면 양국 지도자들이 그를 만나고 싶어 했고, 그에게서 국가 경영의 지혜와 국제관계 분석의 ‘한수’를 배우고자 했다. 리콴유는 생전의 공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지만 만약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세계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라는 가정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리콴유의 사상과 전략에 관한 저작이 많지만 《리콴유가 말하다》가 백미다. 필자는 이 책을 읽고 한국이 인식 전환과 준비 노력 여하에 따라 미·중 두 강대국 사이에서 더 좋은 방향을 설정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게 됐다. 이 책은 1주일 전부터 세계인이 가장 많이 접한 인물인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이 부통령 시절 리콴유를 만났을 때 직접 서명을 부탁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은 최근 내수와 첨단기술, 혁신을 강조한 14·5 규획(2021~2025, 14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과 2035년 장기 비전을 공개하며 초일류 국가가 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선 중국의 14·5 규획과 임기가 맞물리는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준비를 하고 있다. 미·중 양대 강대국 모두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생각이 깊어지게 됐다.

바이든도 관심을 보인 리콴유의 전략적 판단을 살펴보면 미·중 관계의 본질에 관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양국 관계의 현상과 미래를 조망하면 좋겠다. 미국에 관한 핵심 질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말 총체적으로 중국에 밀리고 있는 것인지”다. 중국에 관한 핵심 질문은 “과연 세계 1위가 되려고 하는지, 정말 그렇게 될 것인지” “중국이 앞으로 더 강해지면 지금까지의 중국과는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이다.

리콴유의 판단을 접한 필자의 가설적 관점은 대개 이렇다. 중국이 세계 최강국이 되려고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표현은 자제하려 할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더 많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주장할 것이고 이를 관철해나가며 정상에 서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국들과 협력도 하고 갈등도 겪을 것이다.

“세상은 나뉜 지 오래면 합치고, 합친 지 오래면 나뉘는 법”이라고 했다. 왕조의 흥망성쇠와 이합집산을 그려낸 《삼국연의》의 첫 구절이다. 세상이 합치거나 나뉠 때 국가들은 친구가 되기도 하고 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하며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미국과 중국 문제를 다룰 때 다양하게 축적된 경험은 기본이며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는 시각이 중요하다. 아쉽게도 미국 경력자들은 미국 논리에 갇히고 중국 경험자들은 중국 논리에 갇히곤 한다. 정치 전문가는 정치의 눈으로만 보고, 경제 전문가는 경제만 보려 한다. 일반인들은 양자택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해서는 제대로 볼 수 없고 잘 대응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관점을 한데 모아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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