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15 총선 직전까지 막말은 보수 야권에서 걱정하던 문제였다. 그러나 총선 직후 여권을 중심으로 막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174석의 거대 의석을 등에 업은 여당이 '오만'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엔 중진 의원들마저 막말 논란에 합류했다. 판사 출신의 3선 중진 박범계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재연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향해 "'의원님들, (예산을) 한번 살려주십시오' 한번 하세요"라고 말했다. 조재연 처장이 "국회 논의과정에서 잘 살펴달라"고 하자 박범계 의원은 "절실하게 이야기해 달라, 그래야 한다"고 했다. 해당 발언이 '예산권을 가진 의원의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자 박범계 의원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4선의 김태년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가덕도 신공항 타당성 검토 용역비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나선 데 대해 정부가 난색을 표하자 최고위원회의 직후 회의장에서 나오면서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말하는 모습이 기자들에게 포착됐다. 김태년 원내대표 측은 "2차관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태년 원내대표의 발언이 있기 직전 같은 날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 고위 인사들의 거친 언사와 관련해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 가며 해야한다"고 경고했다.
김종인 당시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이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했던 이경전 교수가 차명진 전 후보를 옹호한 것으로 드러나자 내정을 재빠르게 철회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정치권에선 총선 승리 이후 '오만'에 빠진 여당이 고스란히 막말 프레임에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총선 패배로 위축된 국민의힘 오히려 '몸 사리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지금 당장의 지지율은 민주당이 앞서고 있지만 거대의석수를 등에 업은 뒤 여기저기서 '똥볼'을 차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반면 우리당은 비대위 출범 이후 성공적인 집권을 위한 여러 논의는 나오고 있지만 논란을 일으킬만한 막말은 나오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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