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면 잠 잘 안오는 이유, 수학으로 밝혔다

입력 2020-11-09 13:00   수정 2020-11-09 13:48


나이가 들면 밤에 잠이 잘 안오고, 잠들어도 곧 깨는 경우가 많다. 노화에 따라 생체 수면 사이클이 교란됐기 때문이다. 이 원인을 수학적으로 밝힌 연구결과가 나왔다.

KAIST 수리과학과 김재경 교수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이주곤 교수팀은 세포 내 분자이동을 방해하는 '세포질 혼잡'이 불안정한 수면 사이클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규명했다고 9일 발표했다.

인체 뇌(뇌하수체)속 생체시계는 인간이 24시간 주기에 맞춰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밤 9~10시가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고, 수면이 잘 이뤄지지 못하면 운동능력이나 학습능력을 떨어뜨리는 등 모든 생리작용에 관여한다. 마이클 영 미 록펠러대 교수 등은 'PER 단백질'이 매일 일정한 시간에 세포핵 안으로 들어가 24시간 생체주기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혀낸 공로로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았다. 12시간동안 세포질에 축적된 PER 단백질이 세포핵 안으로 들어간 다음, 스스로 메신저RNA 전사를 억제해 향후 12시간동안 다른 PER 단백질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12-12 음성피드백 루프(순환)' 과정이다.


하지만 수천 개의 PER 단백질이 어떻게 핵 안으로 일정한 시간에 들어가는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아있었다.

연구팀은 이 난제 해결을 위해 세포 내 분자의 움직임을 묘사하는 '시공간적 확률론 모형'을 자체 개발했다. 이 모형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요소의 시공간적 변화와, 그 변화 도중 발생하는 무작위성을 기술하는 수학 기법이다. 생체시계(시스템) 안에서 시간에 따라 PER 단백질이 어떻게 위치가 바뀌는지 파악한다.

연구팀은 이 모형을 통해 분석한 결과, PER 단백질이 세포핵 주변에서 충분히 응축된 뒤 인산화(phosphorylation) 과정을 통해 핵 안으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ER 단백질에 '인산화 스위치'가 있어 이것이 꺼지고 켜짐에 따라 '12시간(PER 생성)-12시간(PER 소멸)' 시계가 유지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방 액포 등으로 세포질이 혼탁해지면 PER 단백질이 응축되지 않는다. 인산화도 발생하지 않아 PER 단백질이 핵 안으로 들어가는 시간이 불규칙해지고, 그 결과 수면 사이클이 불안정해진다. 세포질 혼탁은 비만, 치매, 노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알려져있다. 결국 비만이나 노화가 '12시간-12시간' 생체시계를 '11시간-10시간' '13시간-12시간' 등으로 무작위하게 바꾼다는 것이다.

김재경 교수는 "세포질 혼탁이 발생하면 인산화 스위치가 작동을 멈춰 24시간 생체 주기가 망가진다"며 "비만과 치매, 노화가 불안정한 수면을 유발하는 과정을 수학과 생명과학 융합 연구를 통해 밝혔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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