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먼저 개발했는데…" 美 백신에만 환호한 세계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0-11-10 08:13   수정 2021-01-21 00:01

9일(현지시간)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90% 이상이었다”는 임상 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하자 세계가 환호했습니다.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인 곳은 증시였습니다. 뉴욕 증시에서 다우 지수는 장중 한때 3만 포인트에 근접했고, 2.95% 오른 29,157.97에 장을 마감했지요. 장중 기준으로 신기록을 썼습니다. 아시아 유럽 증시 등도 동반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국제 유가는 수요 회복 기대로 하룻동안 8% 넘게 뛰었지요.

화이자가 발표한 건 “3차 임상 시험을 해보니, 위약(가짜약)을 투여한 참가자에 비해 백신을 접종한 참가자의 코로나19 감염 예방률이 90% 이상 높았다”는 겁니다.

의학계에선 효과가 75% 이상만 돼도 꽤 괜찮은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보다 훨씬 높은 효험률을 보였다는 것이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50~60% 효과만 있어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이례적으로 “화이자의 백신 연구 결과에 경의를 표한다”며 반겼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요즘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일 겁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누계 기준으로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루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서는 등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지요. 유럽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이 악화하면 경제를 추가 봉쇄하는 게 유일한 선택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세계의 이런 반응은 중국과 러시아가 경쟁적으로 “세계 최초이자 가장 효과적으로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주장했을 때와 사뭇 다릅니다. 두 나라는 이미 자체 개발한 백신을 생산하는 것은 물론 수출까지 하고 있지요.

중국 정부는 임상 3상 중인 자국 시노백·시노팜 등 국영기업 백신을 6만 명이 맞았지만 큰 부작용이 없었다며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13개 백신 중 4개는 최종 단계의 시험을 하고 있다고 했지요.

중국은 연말까지 연간 기준 6억1000만 개의 백신을 생산할 계획입니다. 자국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랍에리리트연합(UAE) 등 해외로도 수출 중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백신을 승인해줬던 러시아는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 백신까지 국가 승인을 내줬습니다. 러시아가 ‘세계 최초’라고 강조했던 코로나 백신은 ‘스푸트니크 Ⅴ’입니다. “백신 효능이 90% 이상”이란 게 정부 측 주장이지요.

의사·교사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에 착수했고, 이달 내 일반인 대상으로 접종을 본격화할 계획이지요. 다만 화이자와 마찬가지로, 중국과 러시아 백신들은 임상 3상까지 완료한 건 아닙니다.

각국 정부는 화이자의 중간 발표 직후부터 서로 빨리 구매하려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중·러의 백신 개발 성공 소식이 나왔을 때와 180도 상이합니다.

브라질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최단기간 내 도입할 계획입니다. 상파울루와 바이아주에선 이미 3100명이 화이자 임상 시험에 참여하고 있지요. 하지만 중국 백신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브라질 정부는 중국 시노백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효능이 입증되고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시국 승인이 없으면 구매할 수 없다”고 강조했지요. “우리는 실험용 쥐가 아니다”는 반응도 보였습니다.

한 마디로 중국 백신을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브라질은 아직 임상 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조차 없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일찌감치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해 놓은 상태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 백신의 효험을 장담하고 또 발빠르게 국가 승인까지 내줬지만 세계는 영 못미더워합니다. 반면 미국의 민간 회사가 내놓은 중간 시험 결과엔 환호하며 입도선매 경쟁을 벌이고 있지요.

국가의 평판은 이렇게 중요합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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