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 韓 반도체·5G 촉각…"미중 관계 개선 쉽지 않아"

입력 2020-11-10 13:59   수정 2020-12-09 00:02


미국 '바이든 정부의 시대'가 국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국의 반도체, 스마트폰, 5세대 통신(5G) 장비 투자 등 핵심 사업의 가장 큰 변수는 바이든 정부의 '대중(對中)' 기조 변화 여부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미국 내 일자리 해결 뿐만 아니라 산업기술 부흥을 기대하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향후에도 대중 강경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최병일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1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대한상공회의소 경영콘서트에서 "애플이 커가는데 왜 미국이 아닌 중국에만 일자리가 생겨냐고 있냐는 불만과 그간 대중국 정책이 포용적이었다는 비판으로 미국 내 반중국 정서는 최근 73%에 육박했다"며 "2년 마다 하원선거를 치르는 등 미국은 여론이 주도하는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중국 정책이 유화적으로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의 대중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줬던 직접적인 제재보다는 다자통상체제 등으로 동맹국과 협력을 바탕으로 견제하는 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의회 외교전문가인 바이든이 트럼프가 탈퇴했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를 복원하는 식으로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은 트럼프처럼 관세전쟁이나 특정 기업에 대한 규제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서방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근본적 문제인 지적재산권 및 보조금 등 불공정 교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감지되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바이든이 정권을 잡아도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는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경제와 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관세로 중국을 압박한 '인도-태평양 전략'과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엇갈리는 반도체 전망
국내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당선인의 행보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의 갈등 구조를 이어갈 공산이 큰 만큼 악영향이 예상되면서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최대 고객사 중 하나다.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신(親) 실리콘밸리 주의'로 불리는 바이든 행정부도 변수다. 바이든 캠프의 '혁신정책위원회' 멤버 대부분이 실리콘밸리 출신인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실리콘밸리의 입김으로 미국 반도체 및 정보통신(IT)기업 육성과 보호정책을 강화한다면 경쟁 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들이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사업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인한 국내 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점차 중국 제조업체들이 화웨이의 빈자리를 채워간다면 내년부터 국내 메모리반도체 역시 꾸준한 수요가 창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샤오미 오포 비보로부터 D램 주문 등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일부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전문(팹리스) 자회사 하이실리콘에 대한 미국 제재로 인한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하이실리콘 공백에 따른 큰 수혜가 기대되는 퀄컴 등 팹리스 업체들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수주 확대 가능성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첫 5나노(nm) AP '엑시노스 1080'을 중국 비보 스마트폰에 탑재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중국 AP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아예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의 보호무역 기조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파운드리 공장(S2)을 증설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미국 반도체 제조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외국 파운드리라도 자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이른바 '칩스(CHIPS)' 법안이 계류중인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또 △파운드리 시장에서 경쟁하는 TSMC의 지난 5월 미 서부 애리조나에 7나노미터(nm) 공장 설립 △미 반도체산업협회 등 미국 반도체 업계의 시장 육성 요구 △최근 삼성 오스틴세미컨덕터(SAS) 대규모 채용 등 여러 정황이 삼성전자의 추가 투자 확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5G·스마트폰은 수혜 전망
5G 사업에선 수혜가 예상된다. 바이든 당선인은 공약으로 인공지능(AI), 양자·고성능 컴퓨팅, 5G·6G, 신소재, 청정에너지, 반도체 등에 약 335조원(30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2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에서 글로벌 통신장비 1위인 화웨이 공백의 최대 수혜 업체는 삼성전자다. 앞서 미국은 한국처럼 낙후된 지역까지 커버하는 수준의 5G망을 구축해 신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 통신사 버라이즌과 8조원 규모에 달하는 5G 장비와 솔루션 납품 계약을 맺으며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바이든이 당선됐지만 미국은 기존대로 망중립성 원칙은 유지되고, 5G 투자는 여전히 강화될 것"이라며 "민주당은 코로나19 박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러려면 기존처럼 비대면 강화는 필수적이며 네트워크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신규 주파수 투자를 통해 모바일 트래픽 증가를 감당하고, 광투자도 병행할 것"이라며 "중국 화웨이 제재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스마트폰 업계 역시 화웨이 공백에 따른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A시리즈, LG전자는 K시리즈 등으로 중저가 라인으로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이 지난해 2억4000만대 수준에서 내년 6000만대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성수 한경닷컴 기자 baeb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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