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詩·산문은 문학을 이루는 한 몸"

입력 2020-11-10 17:24   수정 2020-11-11 00:40

“시와 산문은 서로 별개의 장르지만 영혼과 육체처럼 제 문학을 이루는 한 몸과 같아요. 제가 어떤 시를 쓰게 된 배경이나 서사를 이루는 이야기들을 시와 함께 한 상에 차려보고 싶었어요. 분명 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국민 서정 시인’으로 불리는 정호승 시인(70·사진)이 새 산문집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비채)를 출간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0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시가 이해하기 어려운 장르라는 부적절한 측면을 깨고 어려운 장르가 아님을, 얼마든 이해할 수 있는 문학임을 산문으로 전해주고 싶었다”며 “시를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밥처럼 생각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산문집은 《내 인생에 용기가 되어준 한마디》 이후 7년 만의 신작이다. 시인이 직접 가려 뽑은 시와 그 시에 얽힌 이야기가 짝을 이룬 이른바 ‘시가 있는 산문집’이다. 수록된 총 60편의 시와 산문은 대부분 정호승 시인의 오늘을 있게 한 장면들이다. 시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에선 오랫동안 시의 원천이 돼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기억을, 시 ‘못’에선 시에서 좀처럼 그린 적 없는 아버지와의 마지막 나날을 떠올린다. 그는 “시를 쓸 때 어떤 구체적 배경이 되는 서사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일반인들과 유리돼 있는 추상과 관념의 언어로 쓰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광화문에서 노래를 부르는 맹인 부부를 보고 느낀 경험을 담은 ‘맹인 부부 가수’라는 시처럼 어떤 시를 쓰게 된 서사적 배경을 일상의 언어로 시와 함께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여태 지은 1000여 편의 시 가운데 애착이 가는 시가 있을까. 그는 “열 손가락 정도로 꼽는 시 가운데 ‘수선화에게’가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책 제목 역시 ‘수선화에게’에 등장하는 시구에서 따왔다. “연약한 꽃대 위에 핀 연노란 수선화에 빗대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을 노래한 시예요. 사람들은 젊든 나이가 들었든 외로움을 잘 견디지 못하지만 사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모두가 외로움을 부정하고 원망하기보다 긍정하고 이해해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은 시라 그런지 많은 독자들이 사랑해주는 것 같아요.”

1972년 등단한 그가 50년 가까이 시를 쓸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가 꺼낸 답은 ‘깊은 위로’였다.

“시는 슬픔을 바탕으로 쓰여야 해요. 20대였던 1970년대엔 암울했던 시대의 눈물을 닦아주고, 그 이후엔 또 제 존재의 눈물을 닦으며 타인의 영혼 속 눈물을 닦는 시를 썼죠. 시대와 함께 살아온 시인으로서 단 한 편의 시라도 다른 사람 삶에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게 얼마나 큰 기쁨인지 몰라요. 인간이 존재하는 한 시도 영원하다고 생각합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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