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SK그룹 CEO들이 ‘재시험’ 치르는 까닭은

입력 2020-11-11 10:21  

≪이 기사는 11월10일(06:13)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일부 계열사들의 전략 부문 임원들은 최근 비상이 걸렸다. 그룹내 가장 큰 행사로 꼽혔던 CEO 세미나가 끝났지만, 최태원 회장의 지시로 이번 달 진행될 후속 보고 절차인 ‘원 모어 라운드’ 준비 때문이다.

지난 10월 21일에서 23일까지 2박 3일간 열린 ‘2020 SK CEO 세미나’는 SK그룹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로 꼽힌다. 전 계열사들이 내년 경영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라는 상징적 의미 외에 인사를 앞둔 CEO들의 마지막 평가 자리로도 꼽힌다. 상반기 확대경영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이 CEO 세미나를 거쳐 내년도 경영 계획으로 연계된다. 매년 총수 일가와 경영진 70~80여명이 참석해 왔지만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최소한의 인력만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통상 CEO 세미나를 마치면 계열사들은 한 해 활동 마무리에 돌입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연말 CEO 인사를 앞두고 갑작스럽게 통보된 ‘원 모어 라운드’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계열사들이 추가적인 보고 절차를 밟는 건 그룹에서도 이례적인 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실제 그룹내 복수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일부 계열사 CEO들의 발표 이후 여러 지적들이 오갔을 정도로 세미나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고 알려졌다. 특히 그룹내 중추인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에 대해선 부정적인 피드백들이 오갔다는 후문이다. 반면 SKC는 자사의 M&A 성공 스토리를 각 계열사에 발표하는 형식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그룹내 관계자들은 계열사별 희비를 가른 변수로 최 회장이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의 진행 상황, 더 구체적으론 대형 M&A의 성사 여부를 꼽고 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각 계열사가 3년, 5년, 10년 뒤 생존방안을 고민한 후 변화할 목표를 설정한 후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자금조달, 유휴 자산매각, 파트너 초청 등 구체적 실천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 SKT와 SK이노베이션 모두 M&A를 통한 사업 전환 측면에서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계열사들이란 공통점이 있다.

SKT는 올 한해 유의미한 M&A를 진행하지 못했다. 현재 사명까지 바꾸겠다며 탈통신 전략을 선포했지만, 이미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사이 중간지주사 전환도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가 10조원 규모의 인텔 낸드부문 인수 거래를 성사시켰지만 어디까지나 독립적인 의사결정에 따른 행보다.

그나마 우버와의 조인트 벤처를 통해 모빌리티 진출이 올 한해 유일한 성과로 꼽히지만 확장성 측면에선 미지수다. 카카오모빌리티 처럼 택시회사와 공생하는 모델을 내세웠지만, 기존 택시회사들의 우버에 대한 반감을 어떻게 극복할지도 숙제다. 넷플릭스를 뛰어넘겠다는 포부로 출범한 OTT서비스 '웨이브'도 성장세 둔화에 직면했다. 출범직후부터 디즈니 등 해외 전략적투자자(SI)와 손을 잡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파트너 확보에 실패했다. '11번가'로 대표되는 커머스 사업도 뚜렷한 확장 전략을 못찾은 상황이다. 일부 임원들이 나녹스 투자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며 언론에 인터뷰를 단행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사기 논란에 휩싸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도 '파이낸셜 스토리' 측면에서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배터리사업 확장이란 구체적인 목표는 시장에 제시했지만, 실천을 위한 자산효율화 측면에서 움직임이 더뎠다는 평가다. 특히 기업공개(IPO) 3차례 실패한 자회사 SK루브리컨츠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경영권의 포함 여부를 확정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단위 자금이 투입돼야 할 배터리부문의 투자금 조달, 기존 정유·화학사업을 보완할 친환경 관련 신사업 발굴 등도 과제로 남았다.

반면 SKC는 일찌감치 화학 부문 지분, 자회사 SK바이오랜드를 매각한 대금을 활용해 성장성 있는 동박으로 M&A를 통한 업종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1조원 규모 EMC를 인수해 친환경 분야 포트폴리오 확장한 SK건설의 발표 후에도 CEO들의 질문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한 그룹내 계열사 임원은 “최근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계열사가 M&A나 사업전환을 고민하지 않으면 일을 하고 있지 않는다 생각한다는 이야기가 그룹 내에 돌 정도로 긴장감이 강하다"며 "각 계열사들이 공통적으로 회장이 내건 'E·S·G'에 부합하는 '빅딜'을 두고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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