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탄소중립 선언'으로 저감목표 더 높여야 할 판

입력 2020-11-15 17:32   수정 2020-11-16 02:10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 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습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유엔 총회 같은 국제행사도 아닌 내년 예산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서였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고 판단했다는 관측이 많다. 미국과 중국이 잇따라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공언하고 일본까지 그 대열에 합류해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올해부터 정부가 그린뉴딜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온 마당에 탄소중립에 소극 대응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시각도 부담이 됐다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 1위인 한국
그러나 올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만큼 산업계의 타격을 최소화하면서 ‘넷 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지원 방안이 시급한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건 미국과 유럽연합(EU)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은 2005년과 2007년 사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조였다가 이후 10년간 14%가량의 탄소를 줄였다. EU는 1990년대 이산화탄소 배출 정점을 찍고 20여 년간 21%가량 감축한 뒤 2030년까지 45% 줄이기로 했다. 탄소를 절반으로 줄이는 기간을 40년 정도로 정한 셈이다.

유럽보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이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 아직도 이산화탄소 배출량 정점을 찍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국은 1990년부터 2017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심지어 한국은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조차 달성하는 게 불가능하다. 2014년 정부는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5억4300만t으로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지난해 배출량 잠정치는 7억t을 넘겼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올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단기간 내 온실가스를 확 줄이려면 탄소 배출 과다 업종인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한다. 아니면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신기술이 필요하다. 현 상태대로라면 주력 사업이 받는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산업연구본부장은 “2017년 대비 2050년 탄소 배출량을 40% 줄이려면 철강·석유화학·시멘트 3개 업종에서만 최소 400조원 넘는 전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정부 목표대로 2050년에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대가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올해 말까지 저탄소 전략 유엔에 제출
그렇다고 한국이 국제사회의 환경 규제를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 흐름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는 게 수출 중심 국가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탄소를 줄이지 않고 현재 수준의 탄소를 계속 배출하면 2100년까지 기상이변 등으로 한국이 받는 피해액이 312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있다.

정부도 그동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환경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검토안’을 통해 2017년 대비 2050년 탄소 배출량을 일정 비율(40~75%)만큼 줄이는 5개 안을 제시했다. LEDS 마감 기한을 연말로 정한 파리협정에 따라 최종안을 선정해 연내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문 대통령이 탄소중립을 선언해 탄소저감 목표치를 기존보다 더욱 높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종전 검토 안에는 2017년 대비 2050년 탄소 배출을 75% 줄였을 때를 가정해 전문가들이 작성한 미래사회 시나리오가 담겼다. “2050년 내연기관차를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의 7% 정도로, 내연기관차는 자동차 시장에서 한때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면 2050년 국내 친환경차는 2000만 대 이상으로, 전체 자동차의 93%를 차지한다. 현재 친환경차 비중은 3% 수준이다.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 비율이 역전되는 것이다. 그러려면 ‘산업 대전환’은 물론 경유세 등 각종 과세 체계도 조정해야 한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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