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떠난 중국계 아이돌, 얼마나 벌었을까…'입이 떡'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입력 2020-11-14 07:00   수정 2020-11-14 15:16


한국에서 인기를 얻은 뒤 소속사에 돌연 소송을 제기하고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가는 중국계 아이돌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의 크리스·타오·루한·레이를 비롯해 걸그룹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우주소녀의 중국인 멤버 성소·미기·선의, 프리스틴 출신 주결경, 워너원 출신 라이관린 등 적지 않은 중국계 아이돌이 국내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는데요. 이들은 왜 무리한 방법으로 모국행을 택하고 있는 걸까요?

한국 최초의 외국인 아이돌 '한경'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가장 먼저 이런 행보를 보인 가수는 그룹 슈퍼주니어의 한경입니다. 2005년 슈주로 데뷔한 한경은 팀 내 유일한 중국인 멤버이자 한국에서 최초로 데뷔한 외국인 가수였습니다. 그러던 한경은 2009년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가처분 신청을 내고 팀을 탈퇴, 중국에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그는 활동 제약, 불공정한 수익 배분, 건강 악화 등을 한국을 떠난 이유로 내걸었습니다.

SM을 나온 한경은 위에화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고 중국에서 가수와 배우로 성공을 거뒀습니다. 현지에서 낸 솔로 1집 앨범은 1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우리가 잃어버린 청춘'은 중국에서만 흥행 수익 7억위안(약 1179억원)을 거뒀습니다. 2015년에는 소속사 위에화의 상장으로 몸값이 8000만위안(약 145억원)으로 치솟았습니다.

'엑소' 크리스·타오·루한·레이 줄줄이 중국행
남성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 출신 크리스·타오·루한·레이도 중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길게는 4~5년, 짧게는 1년 정도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 등을 거쳐 2012년 4월 엑소로 데뷔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014년 소속사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 등을 제기하고 팀을 떠나 중국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습니다. 이유는 한경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중국으로 건너간 뒤 이들은 가수로, 심사위원으로, 배우 등으로 엄청난 수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포브스 차이나'에서 선정한 '2020 중국 셀럽 순위'에 따르면 레이(5위), 크리스(8위), 루한(15위), 타오(37위)는 상위권에 포진하며 인지도와 함께 부를 거며 쥐었습니다.

걸그룹 에프엑스(fx)의 빅토리아 역시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배우로 변신한 빅토리아는 2015년부터 '아름다운 비밀', '신들의 전쟁', '천년의 사랑', '누나의 첫사랑' 등 7편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중국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드라마 역시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현지에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빅토리아는 중국에서 까르띠에, 샤넬 등 유명 명품 브랜드의 모델로 활동할 만큼 인기 스타로 자리잡았습니다.

프로듀스101로 얼굴 알리고 돌연 전속계약 해지
최근 아이돌들은 기존 아이돌보다 더 일찌감치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습니다. 엠넷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 출신의 주결경은 2017년 아이오아이를 거쳐 걸그룹 프리스틴 멤버로 정식 데뷔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이하 플레디스)를 상대로 계약해지 통보서를 보내고 중국에서 독자적인 각종 예능과 드라마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7년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워너원으로 데뷔한 라이관린도 지난해 1월 워너원 활동을 마친 뒤 유닛 활동과 함께 중국 드라마(초연나건소사) 촬영으로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데요. 지난 7월 그는 법무법인을 통해 소속사인 큐브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계약을 해지해달라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라이관린은 '신뢰 훼손'을, 소속사 측은 '성공 과실을 독차지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법정 공방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연습 생활을 하고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양성한 중국계 아이돌은 중국 현지에서 적지 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습니다. 유명 예능과 드라마 출연을 물론, 가수와 배우, 모델 등 여러 활동을 통해 많은 수입과 인지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식 트레이닝·노하우 습득하고 중국 활동 치중
하지만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는 이 같은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대책 마련을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당초 이들을 양성한 이유는 중국 현지 활동을 염두에 둔 것인데, 계약 기간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중국에서 독자 활동에 나서며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예기획사 연습생이 되면 보컬·댄스·악기·연기 등 전문 트레이닝과 관리를 받게 되는데요. 대부분의 비용을 소속사에서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식 시스템을 통해 실력을 쌓은 뒤 어렵게 데뷔해 인지도를 올렸는데, 활동 무대를 중국으로 옮기게 되면 소속사 입장에서는 손실이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한국의 방송과 예능에서 경험을 쌓은 아이돌의 경우 대게 어느정도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는 더 각광을 받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중국계 아이돌 입장에서는 좁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보다 한국의 노하우를 습득하고 모국인 중국으로 돌아가는 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류 아이돌 타이틀을 가져가면 중국에서 데뷔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팀 이탈로 사기 저하·이미지 실추···대책 마련해야"
중국 연예계 평균 수입도 한국보다 높다는 점도 유인책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 매체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에서 활동하는 연예인들의 수익이 할리우드 스타와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한국 연예인 상위 1%의 평균 연간 수입은 42억원이었지만, 중국에서 활동하면 약 336억원으로 8배 이상 많았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에서 1~2년간 활동하고 중국으로 무대를 옮기는 게 이득인 셈입니다. 중국계 아이돌 1세대 등이 초기에는 현실적인 이유로 한국을 떠나는 반면, 최근에는 단물만 쏙 빼먹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중국 시장 정착을 위해 정작 자신들을 키워준 한국 팬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데요. 빅토리아, 레이, 성소, 미기, 선의, 주결경 등은 '항미원조' 기념일을 앞둔 지난달 23일 중국 웨이보에 '항미원조 작전 70주년을 기념한다'는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올려 논란이 됐습니다. 중국은 6·25전쟁을 미국에 대항해 북한을 돕는다는 뜻의 '항미원조 전쟁'으로 부릅니다. 이들은 '항미원조 작전 70주년 위대한 승리를 기억하자'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국 관영 CCTV 방송의 글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의 6·25 역사 왜곡에, 한국에서 데뷔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중국인 연예인들이 중국 SNS인 웨이보에 관련 선동 게시물을 업로드하며 같은 중국인들, 한국 역사에 대해 잘 모르는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선동에 힘을 싣고 있다"며 이들을 한국에서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내 한 연예계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멤버 구성을 했는데 이탈해 팀 사기를 저하시키거나 이미지를 실추하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트레이닝을 했는데 한국 활동보다 모국 개인 활동에 더 치중하면서 계약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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