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순의 제자백가] 修身이 우선이다

입력 2020-11-16 17:09   수정 2020-11-17 00:57

“묵자에게서 도망쳐 나오면 반드시 양주에게로 돌아간다.”

맹자가 지나가듯이 던진 말이 있다. 서늘할 정도로 세상과 인생의 이면을 통찰한 말인데 인간은 묵자처럼 살다가 안 되면 양주처럼 산다는 것이다. 묵자 아니면 양주라니 대체 무슨 말일까?

자, 묵자는 운동가였다. 인류역사 첫 번째 진보다. 어쩌면 사회주의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구세를 위해 고행을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인데 그와 반대되는 인물이 양주다. 개인의 생명과 억압받지 않는 삶, 자기 욕망의 충족을 말했다. 전자가 대아를 위한 몰개인적 희생과 투쟁운동 노선을 상징한다면, 후자는 철저한 개인 삶의 돌봄과 욕망 추구 노선을 상징한다.

그런데 맹자가 보기에 묵자의 노선에서 이탈하면 꼭 인간은 그 반대편인 양주로 간다. 나를 지운 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싸우고 운동하던 사람이 그 노선을 접으면 철저히 개인 욕망의 충족과 개체의 안위만을 위해 산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가며 특히 대한민국 신주류의 행보를 보면서 이해하게 됐다.

투쟁했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 개인 삶을 접어두고 민주, 민중, 민족을 외치면서 10년 이상을 아스팔트에서 구르던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권력을 접수했다. 바로 신주류로 등극한 ‘386운동권’이다. 그런데 그들은 더 이상 이념과 대의를 추구하지 않는 듯싶다. 반대로 욕망만을 위해 산다. 조국 사태에서, 그리고 이 정권의 무수한 내로남불 행보에서 드러났듯이 철저히 개인의 욕망과 부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보면 맹자의 말이 정말 명언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지운 채 이상과 대의만을 추구하며 살던 인간이 그 삶의 노선을 버리게 되면 삶의 방향성을 180도 돌려 이기적 욕망만을 위해 살게 된다고 맹자가 말했는데 지금 신주류의 모습이 딱 그렇지 않나?

누구든 인간인 이상 욕망이 있다. 그렇기에 누구든 때가 되면 경제적 주체로 홀로 서 살아야 한다. 일하고 소득을 올리고 그러면서 자신들의 욕망을 하나둘 만족시키며 살아가야 한다. 어떤 숭고한 목적이 있든지 간에 한사코 욕망을 외면하고 억누른 채 살면 고통과 상처가 누적되고 그러면서 인간은 병들게 된다. 언제든 왜곡된 보상심리가 발현될 수 있는 존재가 돼간다. 괴물이 될 수도 있다.

신주류인 ‘386’은 젊은 시절 나를 위해 살지 않았다고들 한다. 젊음을 희생해가며 민족과 민중, 민주를 위해 살았다고 한다. 그런 시간이 길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서 마음 안에 누적된 상처와 고통이 컸던 것일까? 누적된 상처가 많을수록 그에 비례해 보상심리가 커지게 되고 커져버린 보상심리가 권력과 만나면 인간은 더욱 철저히 이익과 권력에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고 했다. 나를 다스리는 수신이 첫 번째고 우선이라는 것인데 수신이 별것일까? 군자가 되고 고매한 인격을 갖추는 것일까? 아니다. 제 앞가림이다. 때 되면 일하고 소득 올리며 자기 욕망 일상에 충족해가는 것이 수신이다. 그러면서 가족들 건사하는 게 제가 아닐까? 그런 다음에야 치국과 평천하의 길로 가는 것이다.

하지만 인생을 거꾸로 산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수신과 제가는 팽개치고 치국과 평천하의 길로 달려가면서 자기 삶과 욕망을 돌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권력을 잡았다. 뒤늦게 치부와 권력에 혈안이 돼 비뚤어진 수신에 주력하고 특권의 세습화까지 생각하며 제가 역시 비뚤어지게 추구하는 게 아닌지. 그들의 추한 중년 뒤에는 수신과 제가의 길을 생략하고 치국과 평천하의 길로 내달려서 젊음을 소비한 세월이 있지 않나 싶은데 역시나 수신이 먼저다. 일단은 나를 위해 살자. 안 그러면 지금의 신주류처럼 될지 모른다. 나만을 위해 내 자식만을 위해 살며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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