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곡물값 폭등…"기아 팬데믹, 코로나보다 두렵다"

입력 2020-11-17 17:22   수정 2021-02-15 00:02

국제 선물시장에서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기후가 급변해 작황이 타격을 받은 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운송 등 공급 차질이 커진 탓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세계가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대유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 근월물인 내년 1월 인도분 선물은 부셸(27.2㎏)당 11.5475달러에 거래돼 2016년 7월 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옥수수 12월물은 4.19달러 선, 밀 12월물은 부셸당 6.00달러 선에 손바뀜됐다. 콩, 밀, 옥수수는 지난 6개월간 가격 상승폭이 38.5%, 31.0%, 20.0%에 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유엔곡물가격지수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상기후에 곡물 생산 타격
국제곡물위원회(IGC)는 지난 2개월간 올해 세계 총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총 400만t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는 최근 기후 온난화 여파로 각국에서 예상치 못했던 산불, 가뭄, 폭우, 태풍 등이 일어난 탓이다. EU지구관측프로그램 연구기관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올해 1, 5, 9월은 각각 당월 사상 최고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러시아 중동 남미 호주 등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 식량 수입·수출 1위인 미국은 지난 9월 전국의 약 43%가 가뭄을 겪었다. 해안 지역에선 미국 본토 상륙 기준 100년여 만에 가장 많은 열대폭풍이 발생해 골머리를 앓았다. 중서부와 북부 평원 일대엔 평년보다 약 한 달 이른 서리가 내렸다. 식량 수입 2위국인 중국에선 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양쯔강 유역에 약 두 달간 기록적 폭우가 이어져 일대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프레자 뱀보그 코페르니쿠스 선임 과학자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 발생 빈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수확·물류작업 차질도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곡물시장 타격도 크다. 국가·지역 간 이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수확철을 앞둔 지역도 이전처럼 외부에서 계절 노동자들을 대거 들이기 힘들어졌다. 유럽과 미국에선 코로나 3차 확산세가 커지면서 지역마다 재봉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류도 큰 문제다. 방역 조치로 무역항에서 처리하는 항만 물동 속도가 느려졌고, 운송비는 올랐다. 세계 대두 수출 1위국인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항구가 운영 차질을 빚어 병목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류비 인상에 따라 판로가 깨진 사례도 있다. 지난 4~5월 벨기에 감자 농가 일부는 마진이 안 난다는 이유로 창고에 쌓인 감자 판매를 포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식량 물류망이 망가진 탓에 세계 한쪽에선 식량이 썩어갈 때 다른 쪽은 굶주리기 쉬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곡류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다. 트레이시 엘런 JP모간 상품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며 “상승장이 훨씬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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