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디에도 자기 공간을 갖지 못한 남자들, 내 취향이 뭔지 알 기회도 없었던 남자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 그래서 제품을 많이 파는 게 아니라, 좋은 제품을 소개하는 게 목적이다.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게임을 해도 방해받지 않는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곳, 이곳이 남자들의 놀이터다.

내 집에서 나를 위한 공간은 하나도 없다. 골프, 낚시, 등산 등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긴 하지만 딱히 여가시간에 어딜 가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바로 남자들의 이야기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의 복합상업시설인 ‘앨리웨이 광교’에 있는 남성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스트롤’은 이런 남자들을 위한 공간이다. 이곳은 남자들이 좋아하는 패션, 신발부터 고가의 가전·가구까지 갖춘 편집숍으로 꾸며져 있다.
스트롤의 가장 큰 특징은 제품 전시뿐 아니라 남자들이 즐기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디오룸, 스펜서룸, 스페이스 등의 공간을 갖췄다는 것이다. ‘오디오룸’은 영화, LP 등을 하이엔드·하이파이 오디오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이엔드 오디오 브랜드 매킨토시(Mcintosh)와 바워스앤드윌킨스(B&W)의 오디오 가전이 구비돼 있다. 음반도 클래식, 재즈, 영화 OST 등을 다양하게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매장과 유리문으로 분리되는 ‘스페이스’에선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방면의 서적과 잡지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바에 구비된 와인과 맥주를 즐기거나 직접 가져온 주류를 보관할 수 있다. 소규모 모임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1인실로 꾸며진 ‘스펜서 룸’은 남자들이 꿈꾸는 프라이빗한 서재가 연출된 곳이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등 원하는 대로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스트롤을 만든 여준영 대표는 국내 1위 홍보 컨설팅회사인 프레인글로벌의 수장이다. 여 대표는 세련된 스타일과 탁월한 브랜드 스토리텔링으로 SNS에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그는 “어디에도 자기 공간을 갖지 못한 남자들, 내 취향이 뭔지 알 기회도 갖지 못한 남자들이 많다”며 “그런 남자들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에어론체어, 브롬튼, 아서매클린, 라이카, 마틴기타 등 비싸더라도 남자들이 로망처럼 생각하는 브랜드 제품을 소개한다. 여 대표는 “스트롤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과 도저히 갖기 힘들 것 같은 꿈 사이에 놓인 ‘리처블 로망(reachable roman)’을 지향한다”며 “남자들이 단 하나를 가져도 로망에 가까운 제품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갓 취직한 고객이 방문하면 어떤 정장을 고르는 게 좋을지, 이런 상황에선 어떤 제품을 고르면 좋을지 등도 상담해준다. 아예 MD에게 추천을 받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보다 앞서 남성 소비시장이 성장한 일본에는 아예 남성만을 위한 전용 백화점이 있다. 한큐백화점은 30~40대 남성 소비자를 겨냥해 2008년 오사카에 지상 5층 규모의 ‘한큐 멘즈’를 열었다. 전 층에 남성 패션 뷰티 브랜드가 들어섰고, 혼자서 옷을 사기 어려워하는 남성들에게 최신 트렌드를 알려주고 어울리는 옷도 추천해준다. 한큐백화점은 오사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도쿄에 2호점을 냈다.
스트롤은 한큐백화점과 달리 더 많은 제품 판매와 매출 증대가 목표는 아니다. 그러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고객이 다양하지는 않지만 한 번 고객이 되면 수백에서 수천만원까지 쓰는 ‘충성고객’이 되기 때문이다. 여 대표는 “팝업스토어의 성공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과의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며 “추가 지점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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