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건 서울성모병원 교수 "코로나 실체 알려 두려움부터 없앴죠"

입력 2020-11-19 18:19   수정 2020-11-19 23:47

“누구라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현장을 찾았을 겁니다. 그게 의사의 소명이죠. 이라크에 가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코로나19에 충분히 잘 대응하고 있다’였습니다.”

서울성모병원의 감염병 사령탑인 이동건 감염관리실장(사진)은 현대건설이 이라크 카르발라에 건설 중인 정유시설 현장 근로자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점검한 뒤 지난달 28일 귀국했다. 국내 의료진이 해외 주재 근로자 건강상황을 챙기기 위해 다녀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실장이 강재진 서울성모병원 간호사와 함께 7박8일 일정으로 찾은 카르발라는 이슬람교 시아파 성지다. 공항에서 이곳까지 방탄복을 입고 실탄으로 무장한 보안 요원들의 경호를 받아 이동할 정도로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곳이다. 이라크 건설현장에 코로나19가 확산된 것은 지난 7월께다. 현지 근로자의 두려움은 커졌지만, 현장 안전관리 직원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현대건설에서 서울성모병원에 도움을 요청한 배경이다.

현장을 찾은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현지 직원이 만든 코로나19 대응 매뉴얼 보완이다. 그는 “아프고 힘들거나 몸이 이상하면 ‘오늘은 못 나갑니다. 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아직도 조직문화가 경직된 곳은 첫 환자가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아파도 말을 안 하고 끙끙 앓는다”고 했다.

코로나19의 실체를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한 업무였다. 이 실장은 “인류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존재를 알게 된 것은 1960~1970년대”라며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돌연변이가 생겨 사망에 이르는 병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대부분 젊은 사람은 후유증 없이 회복된다”며 “그동안 없었던 것이 아니라 무시했던 것이지 독감처럼 우리와 함께 살고 있던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두려움보다는 질환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도 코로나19는 우리 곁에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방역 대응이 다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실장은 “사회마다 질환을 받아들이는 문화가 다르다”며 “한국인은 스스로 조심해 사회 안전을 지킨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미국, 유럽에 비해 코로나19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고 했다. 그는 “치료제가 나와야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코로나19에 익숙해져야 한다”며 “이제 조심하면서 살자고 받아들일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까지 1~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코로나 피크’도 몇 차례 더 반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끝나도 다른 감염병은 올 겁니다. 인류는 그렇게 수천 년을 살았죠.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대로 바뀌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고령층의 우울감이 심해질 겁니다. 모두 적응할 수 있도록 포용력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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