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건물 공사하니 나가라"…일방적 휴원에 학부모 '발 동동'

입력 2020-11-19 17:46   수정 2020-11-20 03:45

최근 한 사립유치원의 휴원 통보를 둘러싸고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관련 법을 피해간 사실상 폐원(폐업)이라는 주장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폐원을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라 추가 피해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의 M유치원은 지난달 21일 학부모 간담회를 통해 내년 2월부터 휴원한다고 공지했다. 건물이 오래돼 누수와 누전 위험이 있어 리모델링한다는 게 유치원의 설명이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유치원은 처음 휴원 기간을 1년으로 공지했다가 공사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며 무기한 휴원으로 변경했다.

학부모들은 사실상 폐원으로 의심하고 있다. 유치원이 최근 부동산 명의를 변경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란 주장이다.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 따르면 이 유치원은 첫 간담회를 1주일 앞둔 지난달 14일 건축물 명의를 유치원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영어식 이름으로 바꿨다. 학부모 사이에서 ‘일반 유치원이 아니라 관리감독이 덜한 영어유치원이나 놀이학교로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영어유치원과 놀이학교는 사설 학원이어서 유치원 관련 법 규제를 받지 않는다.

더구나 이 유치원은 과거에 비리 유치원으로 지목된 적이 있다. 2018년 교육청 감사에서 이 유치원 설립자 이모씨가 2009~2011년 여섯 차례에 걸쳐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5100만원을 빼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허술한 제재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교육부는 유아교육법에 근거해 유치원장이 휴원하고자 할 경우 유치원 운영위원회의 자문을 거치고 학부모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 결정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그러나 휴원이나 사실상 폐원을 강행해도 교육당국 차원의 고발, 정원 및 지원금 축소 등의 조치 정도만 가능해 처벌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유치원 휴·폐원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학부모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도 지지 않는다.

서울 강동송파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 유치원이 다소 급하게 휴원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유치원이 휴원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폐원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만 답했다. 유치원 측에 수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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