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 헤아 대표 "회장님·연예인 단골 수두룩…남자의 시간·감성까지 재단하는 게 바버숍"

입력 2020-11-20 02:19   수정 2020-11-20 02:23


금융위기의 그늘이 아직 남아 있었던 2011년 미국 뉴욕. 거리마다 ‘바버숍’이 생겼다. 멋부리는 남자들을 위한 바버숍엔 매일 긴 줄이 늘어섰다. 창업 아이템을 찾고자 뉴욕에 갔던 한 남자는 호기심에 바버숍에 들렀다. 첫 경험은 실망이었다. 샴푸도 해주지 않았고, 이발 후 온몸에 머리카락이 붙어 불쾌감이 앞섰다. 하지만 딱 한 가지 좋은 감정이 남았다. ‘아, 남자들끼리 이발을 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2013년 국내 최초 클래식 바버숍을 열었다. 모두 “미쳤다” “어차피 망할 것”이라고 했다. 이런 편견을 깨고 1년 만에 6성급 호텔, 대기업 본사 사옥에서 서로 ‘모셔가고 싶은’ 국가 대표 바버숍을 만들었다. ‘멋 좀 부리는 남자들’은 모두 안다는 바버숍이자 새로운 이발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헤아(HERR)의 이상윤 대표 이야기다.

“미용실에선 남성들이 원하는 스타일이나 외모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말하기 어려웠어요. 남성들도 편안한 분위기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침 싱글몰트 등의 소비가 늘고 있는 문화적 전환기이기도 했죠.”

헤아는 독일어로 ‘신사’를 뜻한다. 머리카락을 의미하는 영어 ‘헤어(hair)’와도 비슷하게 읽힌다는 데서 착안해 중의적 표현을 담았다. 한남동 본점의 가오픈 날엔 모델부터 연예인, 인플루언서까지 500여 명이 몰렸다. 페이스북으로 60명만 초대했는데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오픈 첫날 리트윗된 포스팅만 8000여 건. 대기업 회장과 유명 연예인, 주한 외국대사까지 순식간에 헤아의 단골이 됐다. 헤아는 한남 본점을 시작으로 포시즌스호텔점, 광교앨리웨이점, 용산 아모레퍼시픽본사점,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등 5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헤아 한남 본점 매장에는 1920~1930년대 미국 스윙재즈가 흐른다. 의자는 1930~1940년대 제작된 빈티지다. 헤아를 찾는 손님들은 2층 라운지에서 차나 위스키를 골라 마실 수 있다. 바버는 이를 다 마실 때까지 기다려준다.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오면 가격을 할인해주는 ‘파더앤선 컷’도 헤아가 최초로 도입했다. 그는 “손님의 시간과 감성까지도 테일러(재단)하는 게 바버숍의 기본”이라고 했다.

헤아의 등장 이후 많은 바버숍이 생겼다. 서울 시내에만 1000여 곳에 달한다. 헤아가 카피캣의 홍수 속에서도 탄탄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기본기다. 헤아에서 일하고 있는 바버는 총 14명. 최소 2년의 현장 경험이 쌓일 때까지 정식 바버가 될 수 없다. 이 대표는 해외 유명 바버를 초청해 교육하는 등 직원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인테리어가 멋지다고 해서 최고의 바버숍은 아닙니다. 잠옷을 입고 들어와도 나갈 땐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장 멋진 신사의 모습으로 나갈 수 있는 곳이 진정한 바버숍이죠.”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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