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법원, 다중대표소송 도입 상법개정안 사실상 반대

입력 2020-11-20 10:24   수정 2020-11-20 15:47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의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해 대법원이 "해외 입법례를 종합해야 한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자회사 이사(임원)를 상대로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대법원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고 최대주주 의결권을 3% 이내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에 대해서도 "신중 검토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상법개정안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원회에 다중대표소송제와 관련 "국내 논의, 해외 입법례 등을 종합해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한 문제"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법무부가 "다중대표소송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상법개정안에는 상장사의 경우 지분 0.01%(비상장사 1%) 이상 보유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게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포함됐다. 상법상 자회사는 모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가진 회사뿐 아니라 손자회사까지 포함된다. 모회사가 손자회사 주식을 단 한 주로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회사가 지분을 50% 넘게 가지고 있으면, 모회사의 자회사로 분류된다.

이는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한 일본과 비교해도 과도하다는 게 경제계 입장이다. 일본은 모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주식장부가액이 모회사의 자산총액 20%를 초과하는 '완전 자회사'만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상장사의 경우 1% 주식을 보유해야 해 정부의 상법개정안(0.01%)과 비교하면 엄격하다. 여기에 주주 등이 부정한 이익을 도모하거나 자회사 또는 모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하는 소송을 제한하는 남소방지책도 두고 있다.

상법개정안과 일본의 규정을 97개 계열사(6월 기준)를 두고 있는 카카오 사례에 적용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상법개정안이 도입되면 카카오 주주는 0.01% 지분만 있으면 54개 계열사에 소송을 걸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기준을 대입하면 카카오 주주는 단 한 곳도 소송을 제기할 수가 없다.

독일은 다중대표소송제가 없다. 영국의 경우 주주는 반드시 법원에 허가를 받아야 소송이 가능하다. 미국 역시 다중대표소송에 관한 규정이 없고, 법원이 일정 요건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여기에 소송이 남발되는 것을 방지하는 남소방지책까지 있다.

경제계는 다중대표소송제가 도입되면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소송 리스크가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시가총액 3000억원 미만인 기업이 84% 차지하는 코스닥 시장 상장기업들은 최소 200여만원 상당 주식만 보유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행정처가 "국내 논의와 해외 입법례를 종합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것은 사실상 정부의 상법개정안상 다중대표소송제가 해외 사례를 비교했을 때 지나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법원행정처는 또 '3%룰'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법개정안에는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고 최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이 아무리 지분이 많아도 합쳐서 3%의 의결권만 행사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법원행정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의 분리 선임을 강제하면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까지로 제한하는 것"이라며 "주주권(株主權)의 본질에 반해 '주식 평등의 원칙',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과도하게 인정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미현/좌동욱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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